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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손주 월급 30% 떼 가는 연금… 국민이 원하는 미래 아니다

입력 2022-09-28 00:00업데이트 2022-09-2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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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지하철 신촌역 인근에서 청년들이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이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두 달 가까이 개점 휴업 중이고, 정부 개혁안은 내년 10월에나 제출된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 개혁은 제쳐두고 기초연금 인상을 밀어붙이면서 문제가 더욱 복잡해졌다. 세대 갈등을 뛰어넘을 연금개혁 방안을 모색한 동아일보 ‘국민연금, 공존을 향해’ 기획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개혁의 불씨가 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득의 9%인 보험료율, 40%인 소득 대비 연금수령액, 65세인 개시 연령을 유지하면 2057년에 기금이 바닥나는데 세계 최저 수준인 출산율은 더 추락하고 있다. 보험료 낼 사람이 줄어 고갈 시기는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 설문조사에서 전문가 30명 중 29명이 보험료율을 11∼13%로 올려야 한다고 응답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한국 연금개혁의 시급성을 지적하면서 보험료율과 의무가입 연령을 높이라고 조언했다.

복지 전문가들은 제도를 어떻게 바꿔도 손해 보는 세대가 생겨 표에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보는 정치권이 개혁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보험료를 높이면 청년층이, 지급개시 연령을 늦추면 은퇴를 앞둔 중년층이, 지급액을 줄이면 고령층이 경제적 부담을 지게 된다.

하지만 국민들은 미래세대의 과도한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기금이 고갈되는 2057년에 노인들이 지금 기준대로 생애 평균소득의 40%를 연금으로 받으려면 올해 태어나 그해 35세가 되는 청년은 소득의 30%를 내놔야 한다. 세금, 건강보험료를 합한 부담은 소득의 절반을 넘을 수도 있다. 그 청년 역시 노인이 됐을 때 자녀 세대 소득에 의지해야 한다. 동아일보 취재팀 조사에서 “손주들도 받게 연금을 3년 늦게 받자”는 제안에 고령층 과반이, “아이, 청년들을 위해 보험료를 10만 원 더 내자”는 제안에 청년층 절반 이상이 찬성한 것으로 나온 건 이렇게 무거운 짐을 후세에 물려줘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는 의미다.

모든 세대가 조금씩 양보하는 합리적 개혁안을 만들고, 충분한 설득 과정을 거친다면 세대 간의 타협을 통한 연금개혁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연금제도의 벽에 부딪힌 스웨덴, 일본 등 선진국들도 개혁을 통해 지속가능한 제도를 만들었다. 정부와 국회는 다음 세대를 염려하고, 세대 간 연대를 원하는 국민 속마음을 연금개혁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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