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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차 인테리어까지 바꾸는 친환경 물결

입력 2022-06-17 03:00업데이트 2022-06-17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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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김도형 기자
친환경이라는 강력한 표어는 자동차 산업의 오래된 주인공을 바꿔놓고 있다. 기계 기술의 정점이자 자동차의 심장이었던 엔진, 변속기는 이제 배터리와 모터 앞에서 힘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그리고 이런 친환경의 물결에 밀려서 퇴장하는 것은 엔진룸만이 아니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인테리어 소재까지 친환경적으로 바꾸겠다는 기업이 늘고 있다.

평범한 자동차의 실내를 상상해보자. 조금 어두운 색깔의 플라스틱 소재가 대시보드를 구성하고 가죽 시트, 섬유 재질의 천장 소재 등이 적당히 섞여 있는 공간이 떠오를 수 있다. 고급 차라면 천연가죽의 비율이 높아질 수 있고 천연의 나이테 무늬를 잘 살린 원목, 정교하게 세공한 금속 부품도 배치될 수 있겠다.

이런 전통적인 자동차 실내에서 일찌감치 대체가 시도된 소재는 천연가죽이었다. 이탈리아에 자리 잡은 소재기업 ‘알칸타라 S.p.A’가 생산하는 알칸타라 소재는 차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천연가죽 대체 소재다. 스웨이드와 비슷한 촉감의 알칸타라는 천연가죽 고유의 장점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가볍고 오염에 강하다는 장점을 인정받았다. 페라리 같은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와의 협업에도 성공하면서 고급 자동차 소재로 자리를 잡았다.

천연가죽은 동물의 몸에서만 얻을 수 있다는 한계와 더불어 동물 사육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가 배출된다는 지적까지 받으며 지속적으로 도전받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순수 전기 콘셉트카에서 버섯과 선인장으로 만든 인조가죽을 제시한 바 있다.

최근 들어 각광받는 것은 ‘재활용’이다. 중·저가 차량의 실내 공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석유 기반 플라스틱, 화학섬유를 재활용 소재나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대체하는 움직임이다. 기아는 첫 전용 전기차인 ‘EV6’의 도어 포켓과 바닥 매트에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소재를 적용했다. 차 한 대에 500mL 페트병 약 75개에 해당하는 재활용 소재를 쓴다. 바다에서 건져낸 폐어망을 재활용한 소재 등이 주목받는 가운데 볼보는 플라스틱 페트병이나 코르크 등으로 만든 ‘노르디코’ 소재로 전기차 시트의 천연가죽을 대체하고 있다.

친환경, 특히 탄소 배출을 줄이는 과제는 사실 복잡한 문제다. 전기차로의 전환에도 불구하고 충전에 필요한 에너지 상당량이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상황은 여전하다. 차 실내에 친환경 소재를 써서 얼마나 큰 환경적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친환경이라는 거대한 변화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흐름으로 보인다. 사실 대다수의 완성차 기업은 친환경 실내 소재를 내연기관차보다 순수 전기차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면서 홍보에도 나서고 있다. 기름을 태우는 대신 전기를 쓰는 차가 친환경 인테리어까지 품고 있다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글로벌 차 업계의 친환경 전쟁은 이제 엔진룸을 벗어나 마케팅을 비롯한 여러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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