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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조은아 기자의 금퇴공부]복잡한 이자계산법, 불법 대부업의 덫

입력 2022-05-30 03:00업데이트 2022-05-3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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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기다려 보시죠.”

요즘은 어디에 투자하든 이런 조언을 많이 듣는다. 투자할 타이밍이 아니란 뜻이다. 최근 무섭게 출렁거린 주식시장에서도, 집 매물을 찾아 공인중개업소에 들를 때도 그렇다. 여러 모로 투자 재미를 느끼기 힘든 시기다. 이럴 때는 자산을 ‘늘리는 투자’보다 ‘지키는 투자’가 중요해진다.

물론 투자를 하다 보면 투자 창에 파란색이 뜨는 건 불가피하다. 그래도 투자 손실을 보면 일말의 희망을 갖고 버티기라도 해볼 수 있다. 하지만 금융사기를 당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보이스피싱, 불법 대출 등 ‘불법사금융’의 실체를 잘 이해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불법사금융은 대개 넉넉하지만 투자처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은퇴자금을 타깃으로 할 때가 많다.

○ 빌린 돈에서 ‘선이자’ 뺀 액수가 원금

경남 창원에서 직장에 다니는 30대 남성 A 씨는 한 대부업체에서 급히 생활비를 빌렸다. 그런데 이자산정법이 매우 복잡했다. 대출 원금이 200만 원인데 미리 내는 ‘선이자’ 명목으로 60만 원을 떼였다. 손에 쥔 건 140만 원뿐. 여기에 매일매일 갚아야 하는 이자가 하루 2만 원씩이었다. 제대로 계산해 보니 연 이자는 법정 한도를 한참 넘어섰다.

A 씨처럼 사금융에 손을 대는 사람들은 쉽고 빠르게 돈을 주는 매력 때문에 사금융에 빠져든다. 시작은 쉽지만 끝은 괴롭다. 고금리의 압박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대부업을 이용해야 한다면 이자율을 꼭 제대로 계산해 보고 시작하는 게 좋다. 이자율이 법정 최고금리를 넘어서면 불법이다. 2021년 7월 7일 이후 신규 대출부터는 법정 최고이율이 연 20%다. 법정 최고금리를 넘어서는 고금리를 요구하는 업자가 있다면 바로 신고하는 게 좋겠다. 최고 이자율을 넘어서는 부분은 이자계약이 무효라고 보면 된다.

막상 이자율이 법정 최고수준을 넘는지 따져 보려 해도 이자율 계산하는 게 복잡할 때가 많다. 복잡한 이자 체계는 돈 빌리는 사람들을 사기로 이끄는 함정이다. 이런 덫에 안 빠지려면 이자 납입주기에 따라 각각 계산을 해봐야 한다. 하루, 한 달, 한 분기 등 주기별로 이자율을 계산해 보자. 연간으로 환산했을 때 이자가 20%를 넘으면 안 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 이자율을 환산한 일 이자율, 월 이자율도 법정 기준을 넘어서면 안 된다. 자세히 알아보려면 ‘서민금융1332’의 일수(월수)이자계산기를 활용해 볼 수 있다.

선이자를 지급할 때도 주의하자. 선이자 차감 전의 돈이 원금인지 차감 후가 원금인지 헷갈릴 수 있다. 업자들은 차감 전 돈을 원금으로 주장하곤 한다. 이는 맞지 않는 말이다. 선이자를 뗀 뒤의 금액이 원금이다.

채무자는 이 원금 외에 더 갚는 금액도 이자로 보고 계산해야 한다. 다만 담보권설정비용이나 신용정보업자에게 제공하는 금액은 이자에서 제외된다. 대출금을 중도 상환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는 다른 이자와 합산한다.

○ ‘컨설팅비’, ‘소개비’의 탈을 쓴 불법 수수료

사금융을 이용해야 한다면 기본적으로 당국에 등록된 합법 업체인지 확인해 보는 게 좋다. 지방자치단체나 금융위원회에 등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등록 대출중개업체 및 대부업체는 한국대부금융협회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등록 대출모집인은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의 대출모집인 메뉴에서 찾아보자.

대부업체와 계약할 때는 자필 서명을 하기 전 꼭 세부 내용을 확인하자. 대부 금액, 기간, 이자율 등을 잘 따져 본 뒤 서명해야 한다. 서류들은 잊지 말고 잘 챙겨 두는 게 좋다. 나중에 불법 요소가 발견되면 법적 대응을 하기 위해 증거가 필요하다. 대부업자가 불법적으로 추심을 할 때도 증거를 확보해 둬야 한다. 통화를 녹음하는 등 관련 자료를 최대한 수집해 서울시 불법대부업피해상담센터 등에 알리자.

전문적이고 신뢰할 만한 곳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불법인 대부업체가 많다. 앞으로 저금리 대환을 내세운 업체들이 더욱 기승을 부릴 듯하다. 시중은행에서 대환을 하려면 중도 상환 수수료도 내야 하고 절차도 복잡하다. 불법 업체들은 이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바꿔드림론, 햇살론 등으로 바꿔주겠다고 권유한다. 이런 연락을 받으면 일단 경계하자. 대환을 소개해 준다며 돈을 요구하는 건 명백히 불법이다.

또 다른 불법 대부업체의 유형은 중개 수수료를 요구하는 형태다. 채무자 B 씨는 한 대부중개업자에게 대부업체를 소개 받아 담보대출로 8000만 원을 빌렸다. 그런데 중개업자가 “담보대출을 소개해 줬으니 중개수수료 800만 원을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했다. 수수료율이 무려 10%나 된 셈이다. 보통 대부업계에서 수수료의 이름은 여러 종류로 포장된다. ‘컨설팅비’, ‘소개비’라며 돈을 요구하는 중개업자들이 있다. 이런 식의 수수료를 요구하는 이들은 불법으로 봐야 한다.

○ 종합금융컨설팅, 환차익 내세우면 의심해 보자

“4개월에 이자가 원금의 10%나 나와요. 투자하실래요?”

전북의 한 지역에서 대부업체를 운영한 C 씨는 2020년 초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이렇게 권유했다. 상인들은 그를 철석같이 믿고 많게는 수억 원을 맡겼다. 그에게 소액 대출을 받으며 신뢰를 쌓아온 터였다. 하지만 C 씨는 이런 식으로 71명에게서 430억 원가량의 투자금을 모아 달아난 혐의로 경찰에 잡혔다.

이런 유사수신업자들이 더 날개를 달고 있다. 돈 굴릴 곳이 마땅치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인들이 투자 제안을 할 때 경계심이 무너진다. ‘동네 사장님’, ‘친구의 친구’들은 이 점을 노리고 접근한다.

이런 꾐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분석한 대표적 수법을 알아두자. 가장 많은 유형은 금융회사를 가장하는 형태다. 이들이 내세운 상품은 종합금융 컨설팅, ‘외환차익거래(FX마진거래)’, 핀테크, 비상장주식 및 증권투자 매매, 예·적금 등 다양했다. ‘고수익’을 내세운 업체들은 일단 의심부터 하고 제대로 따져 봐야 한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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