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김기용]무오류 ‘가짜 신화’ 써가는 중국공산당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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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봉쇄로 불만 커지자 책임 전가 조짐
장기집권 눈앞 시진핑 결점 없애려 안간힘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중국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두 도시는 거대 중국을 둘로 나눠 북방과 남방을 대표한다. ‘중국 도시’라는 사실만 빼고 지리 환경 음식 역사 문화 등 모든 것이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도시 외관을 통해 두 도시의 차이를 설명한다. 베이징 근처 만리장성에서 따와 베이징을 ‘성(城)문화’, 상하이 명소 와이탄(外灘)에서 따와 상하이를 ‘탄(灘)문화’라고 규정한다.

성은 울타리다. 폐쇄를 전제로 안과 밖을 구분한다. 성 안 사람들끼리는 똘똘 뭉치지만 성 밖 사람들에 대해선 배타적이다. 지금 이 성에는 세계에서 가장 은밀하면서도 강력한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들어서 있다.

탄은 물가를 뜻한다. 안팎을 가르는 울타리가 없다. 개방적 속성을 가지며 구애받는 것을 싫어한다. 배를 타고 자유롭게 움직이며 외부 사람들과도 쉽게 융화할 수 있다. 현재 상하이 탄 주변에는 마천루가 즐비하고 전 세계 많은 기업인이 몰려 있다.

‘제로코로나 정책’은 이런 상하이에 적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이 아니었다. 철저한 봉쇄와 폐쇄로 대표되는 제로코로나 정책은 다른 도시에서는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상하이에서는 16일로 도시 봉쇄 20일째가 되지만 확진자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상하이 시민들의 피로감은 임계점에 이른 듯하다. 13일 한 방송국이 시민들을 위로하겠다며 유명 연예인들을 동원한 콘서트를 개최하려 했지만 시민들의 거센 항의로 무산됐다. “돈이 남으면 먹을 것을 달라” “당장 배가 고픈데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볼 마음이 있겠느냐” 등 불만이 터져 나왔다.

상하이의 불만은 베이징의 위험이다. 모든 면에서 베이징의 대척점인 상하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적(政敵)인 ‘상하이방’의 정치적 기반이다. 시 주석은 집권 내내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이끄는 상하이방 세력 숙청에 공력을 쏟아 왔다.

중국공산당은 상하이의 불만이 시 주석을 향하지 않도록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19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는 11일 “상하이시가 광범위한 확진자 발생 상황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하이시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이 발언 이후 시 주석 최측근이자 상하이시 서열 1위인 당서기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상하이 봉쇄에 따른 심각한 경제적 후퇴에 대한 책임은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질 것으로 보인다. 리 총리는 이날 지방 경제 관료들을 만난 자리에서 “경제 분야에서 역풍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고 인정했다. ‘컨틴전시 플랜(위기대응 비상계획)’까지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경제적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중국 최고지도부 인사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리 총리는 한때 중국 최고 권력을 놓고 시 주석과 경쟁했지만 권력이 시 주석에게 집중되면서 올해를 끝으로 퇴진하겠다고 이미 선언한 상태다. 경제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 책임을 묻기 좋은 구도다.

시 주석은 10월 제20차 당 대회에서 1976년 마오쩌둥(毛澤東) 사후 처음으로 장기 집권(3연임)을 노린다. 이런 그에게 정적들이 반발할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는 실패와 결점, 오류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중국공산당은 생각하는 것 같다. 특히 상하이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무(無)오류의 가짜 신화를 써가고 있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중국공산당#무오류#가짜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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