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택시를 잡지 못하는가 [오늘과 내일/김용석]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밤 시간 택시 서비스 공급이 부족한데
엉뚱하게 규제 강화 카드 내놓은 서울시

김용석 산업1부장
김용석 산업1부장
늦은 밤, 나는 왜 택시를 잡기 어려운 걸까. 서울시는 최근 이 질문에 ‘카카오택시 때문’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서울시가 조사해 보니 택시 단거리 호출 성공률이 23%로 장거리의 절반에 그쳤다고 한다. 택시기사들에게 목적지를 미리 알려주는 카카오택시 앱 때문에 단거리 승객을 승차거부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앱에서 목적지 표시를 지우도록 규제하고 국토부에 있는 규제 권한도 서울시가 갖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았다.

서울시 말대로 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택시기사들은 앱을 꺼버리고 길거리 승객들에게 목적지를 물어 골라 태우는 수고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한 플랫폼 택시가 목적지를 가리는 대신 5000원씩 더 주겠다고 해봤는데도 먹히지 않았다. 피크타임 짧은 시간 안에 최대 이익을 얻으려는 택시기사들에게 목적지는 가장 중요한 정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주장보다 훨씬 납득이 쉬운 답이 있다. 밤에 택시 잡기 어려운 이유는 그 시간에 택시 탈 사람은 많은데 운행 택시가 적기 때문이다. 서울에 약 7만1000대 택시가 있다. 하루 평균 4만1000대가 운행한다. 심야 피크시간엔 1만6000대밖에 다니지 않는다(작년 말 기준).

왜 그럴까. 일시적으론 코로나19로 승객이 줄자 택시기사도 줄었다는 이유가 꼽힌다. 좀 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한 택시기사의 말을 인용한다. “개인택시 기사는 대부분 연세가 많아요. 늦은 밤 술 취한 젊은 사람 대하기 싫어하죠. 저녁 먹고 집에 들어가 9시 뉴스 보고 주무십니다.(서울 개인택시 기사 4만9000명 중 76%가 60대 이상이다. 70대 이상도 23.3%에 달한다.) 그런데 또 영업하고 싶은 기사가 있어도 30년 전 만들어진 ‘부제’라는 낡은 규제가 있어서 억지로 휴업을 해야 합니다. 부제라도 없애 공급을 늘려줘야죠.”

서울시는 카카오택시가 수수료 수익을 올리려 일반택시를 빼고 가맹택시에만 콜을 몰아주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는 이에 대응해 배차 알고리즘 구조를 공개했지만 그것만으론 실제 콜 몰아주기가 있었는지 확인하긴 어렵다. 하지만 알고리즘의 목표가 배차 효율성과 승객 만족도를 높이는 것 외에 택시기사의 충성도를 높여 카카오택시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짜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밤에 택시가 안 잡히는 이유와 무슨 관계인지 알기 어렵다. 나아가 카카오택시 알고리즘에 서울 교통문제 해결이란 숙제를 떠안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부동산 시장의 교훈과 비슷하다고 본다. 공익을 위한답시고 시장 플레이어들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공급을 늘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밤 시간대 폭증하는 택시 서비스 수요 등을 충족시킬 다양한 신규 사업자 및 서비스의 시장 진입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시장이 활성화되면 공급이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공급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시장 파이를 키우기도 한다.

물론 그 일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이미 플랫폼 택시 등장 등으로 서울시 택시면허 가격이 폭락해 갈등이 크다. 부제를 없애는 것도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간 갈등이 있다. 정부가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 해소 등을 풀어내지 못해 새로운 서비스인 ‘타다베이직’의 문을 닫게 한 경험도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그 어려운 길’을 가지 않고 규제 권한 확보에만 매달린다면, 결국 앞으로도 나는 택시 잡기 어려울 것 같다.

김용석 산업1부장 yong@donga.com


#택시 서비스 공급#규제 강화#서울시#카카오택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