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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이기홍 칼럼]윤석열의 세 친구

입력 2022-03-18 03:00업데이트 2022-03-1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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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중요해도 文정권 不義 덮고 갈 순 없어
사람 아닌 진실규명 목표로 정교히 진행해야
어려운 과제 앞둔 당선인은 살얼음 걷는데
측근들은 발 쿵쿵대며 영향력 과시 경거망동
이기홍 대기자
윤석열 당선은 단순한 정권교체를 뜻하지 않는다.

대한민국호(號)가 거대한 제동음을 내면서 항로를 바꾼 역사적 사건이다. 지난 5년간 나라의 골조와 진로를 바꾸려 한 좌파진영이 재집권을 통해 굳히기를 하려던 찰나 국민이 제동을 걸며 항로 정상화를 명령한 것이다.

그 의미의 심대함만큼 윤 당선인에게 닥칠 저항과 도전도 거셀 것이다.

좌파 운동권은 장기집권 몽상에서 깨어나는 탈환각 고통의 강도만큼, 5년간 찰지게 구축한 이권 네트워크의 점도만큼, 질기고 강렬하게 대반격을 준비할 것이다. 이미 좌파 언론들은 당선인 측근들의 초중고교 동창들까지 쑤시고 다니고 있다.

퇴임할 정권도 초유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정권’의 사례를 추가하는 데 있어 문재인 대통령에겐 마감이 없다. 대선 막바지엔 “첫 민주정부는 김대중 정부” “여성가족부의 중요성” 발언 등 역대 어느 대통령도 엄두 내지 못했던 수준의 개입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호남과 2030 여성들 중에 차마 이재명은 내키지 않아 하는 샤이진보들을 정교하게 겨냥한 전략적 발언들이었다.

그 발언들은 상당한 효과를 거뒀지만 승패를 뒤집지는 못했다. 그래도 전혀 거침이 없다.임기 말 알박기 인사를 하면서 이렇게 당당하게 “내 인사권”이라고 주장하는 낯 두꺼움도 전례가 드물다. “겨우 0.73%P짜리가”라는 심리, 내 뒤엔 180석이 있다는 자신감, 지방선거 이전에 정권 견제 심리를 불붙여야 한다는 정치공학적 계산이 복합적으로 깔려 있다.

윤 당선인은 이런 현실에서 통합과 진실 규명을 동시에 이루는 고차방정식을 풀어가야 한다.

정권교체를 택한 민의는 문 정권 5년간의 거짓을 바로잡으라는 것이다. 통합과 화해가 아무리 중요해도 불의를 그냥 덮고, 진실이 무엇인지 모른 채 갈 수는 없다.

참고할 수 있는 게 국제사회에서 준용되는 규범, 즉 진실을 바탕으로 화해하고 용서하는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진실 규명을 목표로 정교하게 진행해야 한다.

대장동, 울산시장 선거, 탈원전 등 거대한 사안부터 추미애 아들 휴가처럼 작지만 진실이 덮였을 가능성이 있는 사안들까지 모두 포함돼야 한다.

자칭 언론 유튜버들이 마구 퍼뜨린 온갖 녹취록과 음해성 보도의 날조 편집 여부, 팩트 조작 여부도 밝혀져야 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장모 비리 의혹, 고발사주 의혹도 진실이 명확히 밝혀질 수 있도록 중립적이고 철저한 사법적 절차가 보장돼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는 통합과 화해가 불가능하다. 민노총을 비롯한 떼법 세력들에 대한 대응도 정권 교체를 택한 민심의 요구다.

새 정부는 이런 국가 정상화의 철학을 견고히 공유하되, 실행은 차근차근 공정하게 진행해야 한다. 바로 그런 신중함, 오만하지 말라는 경고가 대선 민의에 담긴 두 번째 메시지다. 현재까지 당선인은 신중하고 정제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주변에선 벌써 경솔한 행태들이 나온다. 특히 세 ‘불알친구’의 행보가 대비된다.

첫 친구는 절친 중 절친인 초등학교 동창 이철우 교수다. 윤 당선인이 지난해 총장직을 물러난 직후부터 옆에서 도와 온 그는 친구의 당선 직후 “임기 끝나고 다시 연락하자”며 5년간의 결별을 통보했다.

반면 역시 초등 동창인 김성한 교수는 당선인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할 때 김 교수의 개인 스마트폰을 쓴 사실이 알려지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보안이 필수인 정상급 통화를 개인 폰으로 한 것은 적절치 않지만, 워낙 갑작스레 조율된 통화여서 어쩔 수 없었다 치자. 그런데 굳이 개인 폰으로 통화한 사실 같은 시시콜콜한 내용이 유포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김 교수의 영향력과 기여를 과시하려 누군가 유포했다면 외교의 외자도 모르는 행태다.

윤 당선인의 강릉 외가를 매개로 어릴 적 인연이 있다는 권성동 의원은 방송에 나가 김오수 검찰총장의 퇴진을 주장했다. 필자의 주관적 의견으로도 김 총장은 물러나는 게 맞다고 본다. 임기제는 중요하며 존중돼야 하지만 그 취지는 정치적 독립·중립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김 총장은 그 취지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 왔다.

그럼에도 새 권력이 공개적으로 나설 일은 아니다. 가만 놔둬도 전직 총장 등 검찰 안팎 양식 있는 사람들의 공론이 모일 텐데, 핵심 측근이라 불리는 인사가 설치는 바람에 당선인이 총장 임기제를 깨려는 사람처럼 비난받게 만들었다.

국민은 친구와 측근들에게 표를 준 게 아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한결같이 친(親)자(字)로 인해 망가졌다. 친형, 친구, 친인척….

당선인은 살얼음판 위에서 조심조심 새 길을 열어가려는데 친자 돌림들이 지근거리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발을 쿵쿵대면 당선인의 발밑도 금이 갈 수 있다. 대선 승리는 자신들의 공훈이 아니라, 정권교체를 간절히 열망해온 과반수 국민이 힘겹게 빚어낸 집단 창작품임을 망각해선 안 된다.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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