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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차이콥스키의 우크라이나[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232〉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
입력 2022-03-02 03:00업데이트 2022-03-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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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폐회식에서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의 도입부가 흘러나왔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크로스컨트리 매스스타트 50km 종목의 우승자가 러시아 선수였기 때문에 러시아 국가가 흘러나왔어야 했다. 폐회식은 마라톤에 해당하는 그 종목의 시상식을 겸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러시아가 국가 주도의 금지약물 복용으로 제재 중이어서 러시아 작곡가의 협주곡이 흘러나온 것이다.

언제 어디에서 들어도 아름다운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은 우크라이나와 깊은 관련이 있다. 첫 악장과 마지막 악장은 우크라이나 민요에서 주제와 멜로디의 일부를 빌려 왔다. 차이콥스키는 시각장애인 악사가 거리에서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를 마음에 담고 있다가 작곡에 활용했다. 우크라이나 민속음악이 가진 아름다운 멜로디와 서정성은 그를 매혹시켰다. 음악만이 아니었다. 우크라이나의 모든 것이 그를 끌어당겼다. 그는 러시아의 봇킨스크에서 태어났지만 할아버지의 고향 우크라이나를 자신의 고향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그가 무척 사랑했던 두 살 아래의 여동생이 그곳에 살았다. 그는 일 년 중 몇 달을 그곳에서 보냈다. “나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찾을 수 없던 마음의 평화를 우크라이나에서 찾았습니다.” 그곳은 그에게 평화와 치유의 공간이었다. 그는 창작에 필요한 마음의 평화를 그곳에서 찾고 피아노협주곡 1번, 교향곡 2번을 비롯한 30여 곡을 작곡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를 심리적 교착 상태에서 풀려나게 했다. 그러자 음악이, 아름답고 찬란한 음악이 술술 흘러나왔다.

그에게 끝없는 영감을 제공했던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휘말렸다. 그의 할아버지가 한때 살았던 키예프가 러시아 군대에 짓밟혔다. 러시아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택해 세계인의 귀에 들려줄 줄만 알았지 그의 음악에 배어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사랑은 헤아리지 못했다. 그들은 그의 음악을 제대로 들었어야 했다. 차이콥스키의 음악, 그 평온 속으로 돌아가기를.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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