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장택동]코로나 ‘간접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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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미국에 상륙한 2020년 이후 ‘초과 사망’한 사람의 수가 지난주 100만 명을 넘어섰다. 2019년 이전의 사망자 규모와 비교해 볼 때 100만 명 이상이 더 숨졌다는 의미다. 코로나 사망자가 대거 발생한 것이 주원인이지만 심장질환, 고혈압, 치매 등 질병으로 목숨을 잃은 경우도 예전보다 크게 늘었다. 코로나 대처에 힘을 쏟는 사이에 고령자와 기저질환자 등에 대한 의료의 질이 떨어지면서 빚어진 일로 분석됐다.

▷각국에서 작성하는 코로나19 사망자 통계에는 코로나가 직접 사망의 원인이 된 사례만 포함된다. 의료 역량이 코로나 대응에 집중되는 바람에 다른 질병을 앓던 환자가 충분히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경우, 코로나 후유증으로 사망한 경우 등 코로나로 인한 ‘간접 사망’은 반영되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 이후 사망자 수가 예년 수준에 비해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여주는 초과 사망(excess death)을 분석해야 코로나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숨진 사람의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계청에서 주간 단위로 초과 사망을 집계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로는 7000여 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중 4000여 명은 ‘병상 대란’이 심각했던 11월 말부터 5주 동안에 집중적으로 나왔는데, 절반가량은 코로나 사망자였고 다른 절반은 코로나가 직접적인 사인은 아니었다. 의료 역량이 한계에 이르면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비코로나 응급 환자들의 피해가 크게 늘어났던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당시 충분한 준비 없이 위드 코로나 정책이 시작된 이후 델타 변이 환자가 폭증하면서 각 병원 응급실은 기능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대학병원 응급실에 실려 온 심정지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코로나 환자를 받느라 일반 중환자용 병상이 부족해 암, 장기이식 등 수술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의료 현장에선 “코로나 환자 때문에 응급환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 우세종인 오미크론은 델타보다 증상이 가볍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전파력이 워낙 강해 다음 달에는 하루 확진자가 최대 27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방역당국은 전망한다. 이에 따라 위중증 환자가 늘어나고 의료 역량이 버텨내지 못하면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환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 소방, 치안 등 사회 필수기능을 담당하는 인력이 대거 격리되면서 구멍이 뚫려 안타까운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민관이 바짝 긴장하면서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오미크론의 직간접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코로나19#사망자#간접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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