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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예술 영역까지 파고든 AI, 인간과 어디까지 공존할까[광화문에서/김창덕]

입력 2022-02-19 03:00업데이트 2022-02-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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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산업1부 차장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패션위크에서는 독특한 디자이너가 데뷔 무대를 가졌다. 인공지능(AI) 휴먼 아티스트라는 수식어가 붙은 ‘틸다(Tilda)’였다. 틸다가 ‘금성에 핀 꽃’이라는 주제로 만들어 낸 디자인 패턴은 박윤희 디자이너를 거쳐 실제 모델이 입은 의상으로 탄생했다.

AI의 등장은 이미 세계 비즈니스 지도를 바꿔 놓고 있다. AI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고 기존 대기업들도 저마다 AI 전담 조직을 만들어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지금 AI의 발전을 바라보는 시각 중 불편한 관점을 가지는 건 과연 ‘AI가 내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느냐’다.

2016년 구글의 알파고가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을 압도적으로 꺾었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AI의 위력을 실감했다. 6년이 지난 지금은 세계 바둑 챔피언에 대해 “AI처럼 바둑을 둔다”는 해설을 하기에 이르렀다.

AI의 위력을 실감하고 나서도 유일하게 남은 불가침 영역이 있었다. 예술 영역이다. 많은 직업들이 AI로 대체될 거라는 글로벌 컨설팅 펌의 보고서들이 이어졌지만 “내 얘기”라고 받아들인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조차도 AI 발전에 따라 가장 빨리 사라지는 직업군 중 하나가 ‘기자’라는 사실을 믿지 않으려 했다. 그러면서 예술 영역에서만큼은 AI가 인간의 창조성을 대체하지 못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학습’에 뿌리를 둔 AI와 ‘창조’는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틸다의 등장은 그런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창조적인 특성을 가진 패션 분야가 오히려 AI가 도전하기 쉬운 영역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AI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얘기하고 있을 때 오히려 그 고정관념을 깨보자고 한 것”이라고도 했다.

세계 경영 트렌드를 선도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는 지난해 7-8월 합본호에 흥미로운 케이스 스터디를 게재했다. 레너드 슐레진저, 세라 애벗의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사례 연구를 기반으로 한 글이다. 문제 제기는 미시간주 지방은행인 바니르 뱅코프의 베스 대니얼스 최고경영자(CEO)가 AI 도입을 추진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그것을 반대하는 최고인사책임자(CHRO) 간 다툼을 어떻게 중재하느냐다. “AI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크리스 예 블리츠스케일링 공동설립자와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밥 리버스 이스턴뱅크 CEO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었다. HBR는 비록 결론을 내지 않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고민은 깊다. 눈에 띄는 건 “지금의 경쟁력을 갖게 해준 인간적인 요소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리버스 CEO의 조언이다.

틸다의 데뷔가 처음 공유됐을 당시 디자인그룹의 엄청난 반발이 있었다고 한다. 기술 기반의 AI가 예술의 영역에서 어떤 왜곡을 낳을지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배 원장은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을 보조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AI는 인간의 어느 영역까지를 대체할 수 있을까. 제2, 제3의 틸다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면서도 두려움을 완전히 떨치기 힘든 건 사실이다.

김창덕 산업1부 차장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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