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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아들 통해” “고문 모셔서” 드러나는 대장동 ‘검은돈’의 실체

입력 2022-01-20 00:00업데이트 2022-01-20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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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동아일보DB.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간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언론에 일부 공개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씨는 대장동 A12블록 아파트를 분양해서 얻은 수익금 420억 원을 어떻게 나눌지 정 회계사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50개(억 원)가 몇 개(명)냐”며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인사들의 실명을 언급했다.

김 씨는 이들 가운데 곽상도 전 의원과 관련해선 “병채 아버지(곽 전 의원)는 돈(을) 달라고 그래. 병채 통해서”라며 “골치 아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채 씨에게 “한꺼번에 돈을 주면 어떻게 해?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서 줘야지”라고 말했다고 정 회계사에게 전했다. 곽 전 의원의 아들 병채 씨는 화천대유에서 6년간 근무하고 퇴직하면서 50억 원을 받았다. 문제가 되자 화천대유 측은 “질병에 대한 퇴직 위로금”이라고 주장했었다. 곽 전 의원은 부인하지만 녹취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검은돈’이었음이 명확해진 셈이다.

녹취록에는 김 씨가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 통과를 도운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돈을 뭉텅이로 드릴 수는 없는 거고 고문이나 뭘로 모셔서”라고 말한 내용도 들어있다. 실제 최 전 의장은 화천대유 부회장을 맡았으며, 김 씨에게서 41억여 원을 약속받고 그중 8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그제 구속됐다. 김 씨가 최 전 의장의 당선에도 관여했으며, 실행에 앞서 도개공 설립안 통과를 조건으로 “시의회 의장직을 제공해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9월 녹취록을 제출받았지만 50억 클럽 수사는 5개월이 지나도록 제자리다. 검찰은 김 씨에게서 하나은행 컨소시엄 무산을 막아 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로 곽 전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특검은 두 차례씩 소환 조사했지만 혐의를 규명해서 밝히지 않고 있다. 로비 자금을 어떻게 배분할지가 담긴 녹취록까지 갖고 있으면서도 50억 클럽 실체 규명에 실패한다면 검찰이 애초부터 수사할 의지가 없거나, 능력이 없거나 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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