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상 걸린 물가… 與野 현금 살포는 서민경제 죽이는 毒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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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12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내년 물가상승률 관리 목표를 2%대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초 목표인 1.4%는 물론 올해 관리 목표인 1.8%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치솟은 물가가 내년에 더 오를 것이란 뜻인데, 서민 경제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런데도 정치권은 50조 원, 100조 원을 거론하며 돈 풀기에 골몰한다. 이 돈이 실제 풀려 물가를 자극하면 서민 경제를 죽이는 독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통계 수치보다 훨씬 높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하위 20%)의 물가 상승률은 3.6%였다. 고소득층 물가 상승률인 0.9%의 4배이다. 식료품 등 서민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분야에서 가격이 집중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초 도시가스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을 억제하고, 관세를 내려 일부 수입품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하반기에는 물가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보고, 상반기에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급망 위기가 길어지는 데다 오미크론 변수까지 겹쳤다. 미국 유럽 등 거대 경제권은 4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물가 상승률을 지속하고 있다. 섣불리 낙관하기보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할 때다.

물가를 잡으려고 돈줄을 죄면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미국은 조기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경기 침체를 감수하더라도 물가 안정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은행도 당장 내달에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기가 꺾이면 서민 일자리가 줄고 소상공인이 타격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경쟁적으로 돈 풀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연간 청년에게 125만 원, 전 국민에게 25만 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50조 원 지원금을 공약한 데 이어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00조 원을 언급했다. 이 돈이 어디서 나오나. 결국 국민 호주머니에서 거둘 돈이고, 뿌려봐야 치솟은 물가만 자극할 뿐이다. 여야는 ‘현금 살포’ 공약을 철회하고 서민 생활을 안정시킬 대안부터 내놓아야 한다. 서민을 위한다며 뿌린 돈이 정작 민생을 파탄 낼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가#비상#현금 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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