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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월드컵 2년 개최를 둘러싼 FIFA, UEFA, IOC의 싸움[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

입력 2021-11-23 03:00업데이트 2021-11-2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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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경기가 열린 11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 모인 축구 팬들.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 개최 주기를 현재 4년에서 2년으로 줄이려 하고 있다. 고양=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이원홍 전문기자
세계 축구계는 분열될 것인가.

내년 11월 21일 막을 올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위한 각 지역 예선도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다. 한국이 10회 연속 본선 진출을 눈앞에 두면서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월드컵의 미래에 대한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아스널 감독이었던 아르센 벵거 국제축구연맹(FIFA) 글로벌축구발전책임자(72)가 내놓은 개혁안 때문이다. 현재 4년 주기로 열리는 월드컵을 2년 주기로 여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초 FIFA가 이 안을 들고나오자 유럽축구연맹(UEFA)은 극렬하게 반대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까지 FIFA의 개혁안에 반발하면서 국제 스포츠계가 갈등에 빠졌다. FIFA는 이르면 다음 달 20일 화상회의로 진행할 예정인 FIFA 총회에서 월드컵 2년 주기 개최 안을 표결에 부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UEFA가 “투표를 강행하면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한 데다 유럽 국가들의 FIFA 탈퇴 움직임까지 이어지자 한발 물러섰다. FIFA는 결국 표 대결 대신 합의를 위한 일종의 토론회인 ‘글로벌 서밋’을 열기로 했다.

벵거가 개혁안을 들고나온 이유는 2년마다 월드컵을 열면 더 많은 경기를 통해 더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4년마다 열리는 데 비해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많은 경기를 통해 극적인 순간이 더 늘어나면 이를 상쇄할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수입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FIFA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수입은 약 60억 달러(약 7조1256억 원)로 추산된다. FIFA는 4년 주기 월드컵마다 비슷한 수입을 올려왔다. 월드컵의 인기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2년 개최 안은 FIFA에 두 배의 수입을 가져다줄 수 있다.

UEFA가 이에 반대하는 이유는 월드컵이 자주 열릴수록 선수들이 국가대표에 합류하는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UEFA의 주 수입원인 유럽 프로축구팀(클럽)들에는 손해이기 때문이다. UEFA는 클럽대항전인 챔피언스리그는 물론이고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등 유럽 국가대표팀 간 대회들을 통해서도 수입을 올리고 있다. 글로벌 통계사이트 스타티스타(statista.com)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받았던 2019∼2020시즌에도 UEFA는 약 30억 유로(약 4조136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2018∼2019시즌에는 38억 유로(약 5조839억 원)였다. FIFA의 개혁안은 이런 UEFA의 대회 일정에 상당한 차질을 주게 된다. 결국 FIFA의 수익을 늘리기 위한 월드컵 2년 개최 안은 UEFA의 손해와 직결된다.

이러한 논란에 IOC도 한몫 거들고 있다. IOC가 FIFA의 개혁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월드컵이 2년마다 열리면 IOC의 여름올림픽 기간과 겹칠 가능성이 있어 올림픽 흥행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FIFA가 표 대결로 이 문제를 처리하면 UEFA가 불리할 수도 있다. 축구계의 주도권을 유럽에서 빼앗아 오려는 비유럽 국가들이 뭉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합의가 무산되면 형식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FIFA가 이 문제를 언제든 표결에 부칠 수 있다.

FIFA와 UEFA, IOC 모두 선수를 보호하는 척한다. FIFA는 월드컵을 자주 개최하는 대신 다른 국가대표 일정을 대폭 줄여 선수 혹사를 막겠다고 주장한다. 월드컵 2년 개최를 주장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국가대표 일정을 손질해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UEFA는 월드컵을 늘리는데 어떻게 선수 혹사를 줄이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현재 UEFA와 유럽 각국의 축구 일정도 이미 너무 빡빡해 UEFA 역시 선수 혹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표면적으로는 선수들을 위한다지만 사실은 이 단체들 모두가 선수들을 앞세워 각자의 이익을 챙기려 한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있을까. 이 논란이 건설적인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비합리적이거나 기형적인 체제가 등장할 수도 있다. 그것은 서로의 탐욕이 불러온 결과일 것이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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