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과학인 지원은 인구절벽 대응책이다”[동아광장/이성주]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입력 2021-11-23 03:00수정 2021-11-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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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여성 경제활동 급격히 낮아져
남녀 관점 반영될 때 편향되지 않은 혁신 가능
여성 과학기술인력 지원은 국가발전에 필요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지난주 ‘여성과학기술인 정책, 차기 정부에 묻다’라는 주제로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가 공동 주최한 온라인 토론회가 개최됐다. 여성 과학기술인의 한 명으로 현장의 어려움을 말씀드리고자 참여했는데 지난 수년간 성평등을 위해 국내 기관들의 수많은 노력이 이루어졌음에 새삼 놀랐다. 특히 토론자 중 한 분께서 여성 과학기술 인력 지원을 여성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미래 인구절벽에 대응하는 과학기술 인력 확보의 노력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주셨는데 개인적으로 크게 동감했다.

과학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기술패권 시대에 우수 인력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며칠 전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올해 응시생은 42만6000명으로 역대 최저치다. 86만8000명에 달했던 2000년의 절반 수준이다. 당장 과학기술 연구개발 인력 감소가 예상된다. 대안으로 해외 우수 인력 확보 방안이 논의되곤 했다. 그러나 2019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에서 발표한 과학기술 연구개발 인력의 연령별 경제활동 참가율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안타깝다. 여성의 경우 20대 75.9%에서 30대 64.5%, 40대 62.1%, 50대 37.2%로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남성의 경우 20대 80.3%에서 30대 94.5%, 40대 96.3%, 50대 92.9%로 꾸준히 높은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가 과학기술 분야 여성 인력 절반의 재능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성평등은 분야를 막론하고 중요한 이슈이다. 2015년 제70차 유엔총회에서는 경제의 성장, 사회의 안정과 통합, 환경의 보전이 균형을 이루는 발전을 추구하고자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했는데, 이 중 하나가 성평등 달성과 여성 및 여아의 권익 신장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유럽연합(EU)의 성평등 계획이다. EU는 체계적인 국제공동 연구개발을 위해 1984년부터 범유럽 차원에서의 연구개발지원사업(FP)을 운영하고 있는데, 2022년부터는 제9차 사업인 허라이즌 유럽(2021∼2027년)에 지원하는 모든 기관이 반드시 성평등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였다. 본 사업이 955억 유로(약 128조5000억 원)에 달하는 EU의 대표적 연구개발지원사업임을 고려하였을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다양성은 연구개발과 혁신의 성과를 높이는 데 중요하다. 잘 관리된 다양성은 조직의 창의성을 높여준다. 신기술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데 다양한 생각과 경험이 반영된다면 보다 우수한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다. 조직 차원에서는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연구개발에서 다양성이 고려되지 못한다면 그 결과물은 한쪽으로 편향될 위험이 있다. 아마존의 채용 과정에서 활용한 인공지능은 편견 없이 인재를 발굴할 것이라 기대했음에도 남성을 선호하는 편견을 보여줬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학습 데이터로 남성의 데이터가 주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마존은 이 채용 시스템을 폐기했다. 향후 과학기술이 인간 사회와 보다 밀접히 연결되어 인간을 보조하고 인간의 의사결정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남성과 여성이 균형 있게 연구개발과 혁신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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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회에 책임지는 연구혁신(RRI)’이라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다. 과학기술이 경제성장과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것을 넘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RRI에서는 과학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히 예측하고 대응하고자 하던 과거와 달리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과학기술의 발전을 추구한다. 즉, 이상적인 사회상을 설정하고 과학기술이 이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길 요구하는 것이다. 성평등은 EU에서 정의한 RRI의 여섯 핵심 항목에도 포함되어, 과학기술 분야 내 여성의 참여 확대는 사회에 책임지는 연구혁신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남성과 여성 모두의 관점이 반영된 연구 주제와 연구 모형이 적용되었을 때 한쪽에 편향되지 않은 혁신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여성 과학기술 인력이 연구개발 현장에서 그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국가 발전을 위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상적인 미래사회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이유이다.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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