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진석]‘에디슨의 GE’ 해체

허진석 논설위원 입력 2021-11-12 03:00수정 2021-11-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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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의 신’으로 불렸던 잭 웰치는 2001년 GE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나의 성공은 앞으로 20년 동안 후임자들이 GE를 어떻게 경영하느냐에 달렸다”는 말을 남겼다. 정확히 20년이 지난 지금 GE는 사실상 기업 해체 선언을 했다. 129년 역사를 가진 기업이 겨우 이름만 유지하게 된다.

▷로런스 컬프 GE 회장은 GE를 3개 회사로 분할한다고 9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헬스케어 부문을 2023년 초까지 분리하고, 에너지 부문은 그 이듬해에 떼어 낸다. 남아 있는 항공 부문이 GE의 이름을 사용한다. 컬프 회장은 항공 부문만 실질적으로 이끌고, 헬스케어 부문은 비상임 의장을 맡는다. 기업분할은 GE 구조조정의 ‘절정’으로 평가된다. 발명왕 에디슨이 만든 회사가 사실상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셈이다.

▷GE는 잭 웰치가 회장으로 재임했던 1981년부터 20년간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키웠던 금융계열사 GE캐피털이 GE 몰락의 화근이 됐다. 제조업체였던 GE는 잭 웰치와 제프리 이멀트 시대를 거치면서 이익의 50% 이상이 GE캐피털에서 나오는 사실상 금융회사였다. 그런 상태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미국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정도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2014년에는 프랑스 알스톰 전력 부문을 인수했다가 큰 손해를 보고, 2018년에는 간병보험에서 22조 원대 손실을 입었다. 결정적인 3연타다.

▷GE의 경영은 그 자체가 ‘경영학 교과서’였다. 불량품을 100만 개 제품 중 3, 4개 수준으로 낮추는 ‘6시그마 운동’이 대표적이다. 이 품질 경영은 세계에 내로라하는 제조업체 중 도입하지 않은 곳이 드물었다. 국내에서도 삼성, LG뿐 아니라 중소기업들도 잇따라 도입했다. GE는 GE캐피털을 발판 삼아 각 부문 세계 1, 2위 기업들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매출과 이익을 늘렸다. NBC 인수로 미디어 분야까지 진출했다. 당시 경영컨설팅 회사들은 GE를 ‘프리미엄 복합기업’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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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의 기업 분할 발표에 시장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업 분할 발표 후 장외거래에서 주가가 17%나 뛰었다. 전문가들은 기업 분할에 20억 달러의 비용이 들기는 하겠지만 향후 몸집이 가벼워진 3개 회사가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절대 망할 것 같지 않던 기업이 무너지는 데는 2008년을 기준으로 13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가장 잘나갈 때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음을 GE가 보여준다. 이번 기업 분할이 새로운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고대한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
#경영의 신#잭 웰치#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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