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창덕]떠나는 직원, 보내는 회사… ‘아름다운 이별’의 기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창덕 DBR교육컨벤션팀장
김창덕 DBR교육컨벤션팀장
글로벌 경영저널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를 읽다 보면 가끔 고개를 갸웃거릴 때가 있다. ‘인간미를 잃지 않는 해고의 기술’(2020년 HBR 3-4월호) 같은 기사가 대표적이다. 상사가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을 불러 “You are fired!(당신은 해고야!)”라고 통보하는 건 한국에선 보기 힘든 장면이다. 일단 법이 허용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유연한 미국 노동시장의 사례들을 한국 여건에 대입해 생각하려니 아무래도 어색했던 것 같다.

그런데 자발적 퇴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주변을 둘러보라.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지금까지 한 직장만 다닌 동료들이 얼마나 되는가. 사업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양한 이력의 ‘경력직’들로만 채워진 조직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필자가 속한 부서가 그렇다. 전체 20여 명 중 이곳이 첫 직장인 동료는 서넛뿐이다. 필자를 포함한 나머지는 최소 한 번 이상의 퇴사 경험자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을 구시대 유물처럼 취급하는 MZ세대들이 경제 주축으로 성장하면 자발적 퇴사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 주기 또한 빨라질 것이다.

조직문화 전문가들이 최근 ‘퇴사’라는 키워드를 ‘채용’만큼 주목하는 이유다. 구성원들의 잦은 교체는 상당한 비용을 수반한다. 충원과 교육에 들어가는 직접 비용은 물론이고 인력 공백에 따른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문제는 사전 예방을 위한 대비책도 마땅치 않다는 거다. 위험요인을 없앨 수 없다면, 결국은 다른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앨리슨 다히너 존캐럴대 교수는 HBR 3-4월호에 ‘퇴사하는 직원, 대학 동문처럼 관리하라’는 글을 기고했다. 가장 최신호인 11-12월호에는 에이미 갤로 HBR 에디터가 ‘영리하게 사표 쓰는 법’이란 기사를 실었다. 전자는 내보내는 기업의 시각을, 후자는 떠나는 직원의 시각을 담았다. 각기 다른 전문가가 반대의 관점에서 서술했지만 결론은 하나다.

‘아름답게 이별하라.’

다히너 교수는 사표를 내는 직원을 배신자 취급을 할 게 아니라 미래의 잠재 고객, 또는 재입사 가능 후보로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사와 퇴직자가 ‘우호적인 관계’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세심한 퇴사관리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했다. 갤로 에디터는 회사를 떠나는 직원의 마지막 근무 태도나 동료들과의 관계 설정이 본인의 평판 관리에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대기업들의 임원 인사 시즌이 곧 시작된다. 몇몇은 이미 끝난 곳도 있다. 연말과 내년 초에는 누군가는 승진하거나 보직을 바꾸고, 누군가는 회사를 떠나게 될 것이다. 이런 공식 인사와 상관없이 다른 커리어를 찾겠다며 사표를 내는 동료들은 언제든 나올 수 있다.

행동과학자인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의 ‘피크엔드 법칙’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체로 한 사건의 가장 강렬한 지점과 마지막 지점을 토대로 그 경험을 판단한다고 한다.

당신은 회사를 떠나는 동료들에게 어떤 마지막을 선사하겠는가. 그리고 당신은 어떤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김창덕 DBR교육컨벤션팀장 drake007@donga.com
#떠나는 직원#보내는 회사#아름다운 이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