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음악과 낭만의 위로[클래식의 품격/노혜진의 엔딩 크레디트]

노혜진 스크린 인터내셔널 아시아 부국장 입력 2021-10-12 03:00수정 2021-10-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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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사 오드 제공
쿠바 아바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오래된 분홍, 노랑, 하늘색 등 빛바랜 파스텔 톤 건물들이 줄지은 거리에 1950년대식 미국 세단형 자동차들이 달리고, 말레콘 방파제에 파도가 철썩이는 전경이다. 거기에 사운드트랙을 깔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음악이 어쩔 수 없이 떠오른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1940년대 유명했던 음악인 클럽의 이름을 따서 1996년 결성된 그룹의 이름이자, 그들의 그래미상 수상작 앨범 이름이기도 하다. 이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든 독일 빔 벤더스 감독의 1999년 작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 쿠바 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전성시대를 누렸던 현지 음악으로, 그 나라의 역사와 국민과 마찬가지로 스페인계, 아프리카계, 그리고 현지 남미계 각각의 요소들을 섞어 놓은 것이다.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미국인 음악가 라이 쿠더가 쿠바에 가서 오랫동안 활동이 끊겼던 전설적인 쿠바 음악인들을 수소문해서 끌어모아 6일 만에 앨범을 내고, 결국 암스테르담과 뉴욕 카네기 홀에까지 가서 성공리에 공연하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영화에는 멤버들 각각의 음악과 삶에 대한 인터뷰가 담겨 있어 더더욱 생생하다.

전설적인 존재들이었지만 계속 음악을 했던 이도 있었고 혁명 후 음악을 포기했던 이도 있다. 심지어 구두닦이를 하다가 빨리 오라는 소리에 세수만 겨우 하고 스튜디오에 나타나서 엄청난 노래를 녹음한 가수도 있다. 수십 년 동안 끊었다고 한 음악이지만 여전히 위트와 낭만이 넘치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들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정치적으로 멀었던 나라, 미국에 가서 뉴욕 거리를 구경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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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같은 해 개봉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2000년 미국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에 후보로 오르고, 유러피안 필름 어워즈에서 최고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멤버들은 노년에 세계적인 팬덤을 누렸고 그중에 구두닦이로 연명하던 이브라힘 페레르를 비롯한 콤파이 세군도, 루벤 곤살레스, 엘리아데스 오초아 등은 솔로 앨범을 내기도 했다.

영화관에서 보면 더욱더 큰 효과를 누리며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이 있다. 추억 속에 마치 내가 그 안에 걸어가 본 것 같은 느낌과 위안으로 남는 영화들이 있다. 꼭 컴퓨터그래픽(CG)이 많은 스펙터클한 영화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처럼 음악과 영상, 분위기가 몸과 마음을 360도 휘감을 수 있는 영화들을 말하는 거다.

올해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결성 25주년에 맞춰 재개봉 중이다. 기회가 된다면 극장에서 사람들과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더라도, 이 영화와는 밀접한 교감을 해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노혜진 스크린 인터내셔널 아시아 부국장



#잊혀졌던 음악#낭만#쿠바 아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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