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8 대 62

동아일보 입력 2021-10-12 00:00수정 2021-10-1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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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3차 선거인단’ 투표 결과는 그간 경선 추세를 완전히 뒤집었다. 28.3%의 참패, 62.37%의 대승에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둘 다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지었을 정도다. 9일까지만 해도 이 지사의 누적 득표율은 55%를 상회했다. 이 전 대표는 34% 정도에 머물렀다. 그런데 마지막 날 ‘28 대 62’의 대반전이 일어났다. 이 지사의 ‘대장동 게이트’ 대응과 검찰 수사 결과에 범여권 지지층마저도 큰 불신과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일반 국민과 일반 당원이 참가한 투표에서 81.39%에 달하는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것부터 예사롭지 않다. ‘이재명 대선후보 확정’ 세리머니만 남은 마지막 경선에 24만8880명이 참여했다. 이 중 이 지사를 찍은 사람은 10명 중 3명도 안 됐다. 각 캠프가 사활을 걸고 모집한 1, 2차 선거인단에 비해 3차 선거인단은 ‘개별 참여’ 비율이 훨씬 높았다고 한다. ‘28 대 62’는 민주당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까지 포함한 일반 여론이 상당 부분 뒤섞인 결과로 볼 수 있다.

2차 선거인단 투표 때만 해도 대장동 이슈는 언론의 의혹 제기 수준에 머물렀다. 검찰이 2일 밤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로 대장동 사업 실무 총책을 맡았던 ‘측근’ 유동규 씨를 전격 구속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뇌물수수와 함께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않아 화천대유 측에 4040억 원의 과도한 배당금이 돌아가고, 그만큼 성남시에 손해를 입힌 ‘배임’ 혐의가 영장에 적시된 게 결정적 분수령이었다.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이자 최종 관리 책임자인 만큼 검찰 수사의 칼날이 이 지사를 향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범여권 지지층 사이에 확산된 것이다.

6일부터 시작된 3차 선거인단 투표를 앞두고 이 지사는 “한전 직원이 뇌물 받으면 대통령이 사퇴하느냐”는 등의 궤변에 가까운 주장을 늘어놨다. 대장동 사건의 요체는 왜 민간 사업자에게 천문학적인 배당금이 돌아가도록 이익 배분 구조를 설계했는지, 이 지사가 지시했는지 여부다. 그런데도 ‘직원 관리’ 책임 정도로 빠져나가며 교묘한 말로 본질을 흩뜨리는 태도로 일관했으니 범여권 지지층인들 신뢰를 가질 수 있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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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는 참패 이유에 대해 “야당의 선동이나 일부 가짜뉴스 영향이 없었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 많은 선거인단이 선동과 가짜뉴스에 현혹됐다는 말인가. “겸허하게 열심히 하라는 회초리로 받아들인다”는 이 지사의 또 다른 말이 진심에서 나온 것인지 의문마저 들게 한다. 150일도 남지 않은 대선은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대장동 수렁’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대선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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