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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이재명 “마귀와 거래” “일부 오염”…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입력 2021-10-02 00:00업데이트 2021-10-02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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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그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돈이 마귀라고 했는데 (민관 합작을 하려면) 마귀의 돈을 써야 하고 마귀와 거래를 해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일부 오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503억 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1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단언하지만 ‘저는’ 1원도 받은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해명의 뉘앙스가 미묘하게 달라진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마귀와의 거래”를 들고나온 것은 대장동 비리의 검은 실체가 베일을 벗기 시작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귀와의 거래”는 대장동 특혜 의혹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수사(修辭)에 불과하다. 민관 합동으로 개발이 이뤄진 사례가 적지 않지만 대장동의 경우처럼 민간업자들이 적은 지분으로 수천억 원을 쓸어 담은 사례는 없었다. 민간 분야 자체를 마귀로 몰아 스스로를 ‘피해자’로 보이게 할 생각이라면 오산이다.

‘일부 오염’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책임을 피하거나 줄여보려는 의도가 의심된다. 이 지사의 측근으로 통하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는 화천대유 관계자들에게 거액의 금품을 요구해서 받은 혐의로 어제 검찰에 체포됐다. 유 전 직무대리에 대한 수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화천대유 측 관계자들이 정치권과 성남시의회,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대해서도 로비를 하기 위해 돈을 갹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임 중 진행된 사건의 의미를 축소하기에 급급해서는 안 된다.

또 이번 사건의 ‘키맨’으로 통하는 유 전 직무대리는 시장직인수위원회에도 참여했고, 이후 성남시설관리공단과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이 사업을 주관했다. 이 지사가 이런 인물을 측근이 아니라고 애써 부인하는 것은 의혹이 자신에게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이 지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설립해 대장동을 민관 합동 방식으로 개발하도록 한 장본인이다. 본인 스스로 “설계는 제가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산하 기관 일부 직원이 일탈하는 바람에 생긴 사소한 비리 정도로 치부한다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책임을 떠넘기려는 부적절한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잘못된 부분은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응당한 책임을 지는 것이 절망적인 박탈감을 안게 된 국민에 대해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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