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철희]SLBM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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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3대 핵전력(nuclear triad)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전략폭격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구성돼 있다. 땅과 하늘, 바다에서 쏘는 다양한 핵무기 투발 수단을 갖춤으로써 언제 어디서든 가능한 기습공격 능력과 함께 적의 선제공격에도 살아남아 보복하는 제2격 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특히 SLBM은 바닷속 잠행의 은밀성 때문에 가장 안전하게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핵전력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을 개발한 북한이 기를 쓰고 SLBM을 개발하는 것도 그 은밀한 파괴력 때문이다.

▷우리 군이 최근 SLBM 개발의 마지막 단계인 잠수함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SLBM 개발은 지상 시험발사에 이어 바지선을 이용한 수중 시험발사, 잠수함 장착 시험발사까지 3단계를 거치는데, 지난달 취역한 3000t급 잠수함에서 실시한 두 차례 시험발사를 성공시켰다. 특히 잠수함 발사관에서 공기압력으로 미사일을 물 밖으로 밀어낸 뒤 엔진을 점화시키는 핵심 기술인 콜드 론치(cold launch)가 성공적으로 작동했다고 한다. 한 차례 더 시험발사를 마치고 양산에 들어가면 한국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인도 중국 북한에 이은 8번째 SLBM 보유국이 된다.

▷북한은 2015년 ‘북극성-1형’, 2019년 ‘북극성-3형’ SLBM의 수중 시험발사에 성공했고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열병식에서 ‘북극성-4ㅅ’과 ‘북극성-5ㅅ’을 공개했다. 북한이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큰소리치는 배경이다. SLBM 개발에서 북한이 한발 앞선 듯하지만 정작 SLBM을 탑재할 3000t급 신형 잠수함은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잠수함을 진수해 시험발사에 성공해야 완전한 전력화가 이뤄진다. 물론 북한 SLBM은 핵탄두 탑재 목적인 만큼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국도 그 기술력은 충분히 입증한 셈이다.

▷한국의 미사일 개발은 1970년대 미국의 나이키허큘리스 미사일을 모방 개량하는 ‘백곰’ 사업으로 시작됐다. 백곰의 시험발사 성공에 놀란 미국이 ‘핵·미사일 확산 방지’를 내세워 개발 중단을 요구하면서 생겨난 것이 ‘미사일지침’이다. 그간 미사일 개발의 족쇄였던 이 지침이 5월 종료되면서 한국군은 탄두 3t짜리 전술핵급 탄도미사일도 개발한다. 인공지능(AI) 극초음속 무인자율 같은 미래 ‘게임 체인저’ 개발에도 나선다. 핵무기는 핵으로만 대항할 수 있는 절대무기지만, 자폭할 생각이 아니라면 사용하기 어려운 최종무기다. 핵무장은 아니더라도 북한의 섣부른 도발을 억제할 대항 수단 개발을 게을리할 수는 없다.

이철희 논설위원 klimt@donga.com
#미국 3대 핵전력#대륙간탄도미사일#전략폭격기#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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