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김기용]갈수록 심해지는 중국의 ‘내로남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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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엔 내정간섭 말라면서 한국엔 간섭
이의제기 않으면 더 황당한 요구 할 수도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미국이 인권문제 등을 지적할 때마다 “내정간섭을 용인할 수 없다”고 했던 중국이 “한미 연합훈련에 반대한다”고 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중국의 내로남불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미국이 중국의 15초짜리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틱톡’을 퇴출시키겠다고 하자 발끈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틱톡은 미국 법을 준수하고 있는데, 미국은 국가 안보를 빙자해 힘을 남용하고 틱톡을 무리하게 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은 어떤가. 4년 전 한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라 롯데는 경북 성주 골프장 부지를 정부에 제공했다. 이 일로 롯데는 중국 정부에 ‘찍혔다’. 중국은 여러 이유를 대며 중국 내 롯데마트 점포를 폐쇄했다. 롯데마트 앞에서는 중국인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롯데는 중국에서 사업을 접었다. 롯데는 중국 법을 준수하고 있는데 중국은 국가 안보를 빙자해 힘을 남용하고 롯데를 무리하게 때린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미국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 회사 화웨이 등 자국 기업들을 제재할 때마다 “시장경제와 공정경제의 원칙을 존중해야 하고 각국 기업에 개방적이고 공정하며 차별 없는 경쟁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은 오래전부터 미국의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왓츠앱 등을 차단한 상태다. 한국의 카카오톡도 차단했다. 네이버, 다음 등 블로그와 카페에도 접속이 안 된다. 외국 기업을 차단한 뒤 중국 기업이 경쟁 없이, 정부의 지원 아래 성장하도록 한 것이다. “개방적이고 공정하며 차별 없는 경쟁 환경을 조성하라”던 중국의 주장이 스스로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중국은 자국 해역에 들어와 불법 조업을 하는 외국 어선에 대해 무기를 사용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는 허가받지 않은 중국 어선들이 무리를 지어 필리핀 앞바다와 남미 갈라파고스 해역 등에서 불법 조업을 해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던 시기였다. 한국 서해에서도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은 늘 골칫거리다. 중국 어선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외국 언론에서는 무리를 이뤄 이동하는 불법 선단을 ‘떠다니는 섬’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중국은 자신들의 허물은 보지 않고 남 탓만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으로도 내로남불 행태를 보였다. 중국은 지금까지도 미국에 대해 백신을 정치화하지 말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백신을 앞세워 다른 나라들에 줄 세우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백신을 활용한 우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산 백신을 맞은 외국인이 홍콩을 통해 중국에 입국할 경우 제출 서류 등을 간소화해 주는 등 백신을 정치적인 도구로 삼는 데 오히려 앞장서고 있다.

중국은 올해를 ‘한중 문화교류의 해’라고 선포해 놓고 한국 드라마나 영화, 게임 수입을 막았다. 문제는 중국의 내로남불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중국에 맞서 문제 제기를 하고 적극적으로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어느 순간 상상을 초월하는 요구를 해 올 지도 모를 일이다. 한국이 중국을 늘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중국#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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