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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대선주자들이 배워야 할 이준석의 인스타 활용법[광화문에서/유성열]

입력 2021-07-07 03:00업데이트 2021-07-0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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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정치부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해 2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서울 노원병)해 고군분투할 때의 일이다. 사석에서 만난 그는 여러 당내 동향과 선거 전략을 얘기했다. 그러면서 대뜸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소개했다.

“‘인스타’만큼 선거운동에 효과적인 게 없어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유튜브와 달리 유권자들과 밀착해 친밀도를 높일 수 있거든요. 팔로 좀 해주시죠.”

두 달 후 21대 총선에서 이 대표는 세 번째로 낙선했다. 하지만 불과 1년 2개월 후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0선 돌풍’을 일으키며 당 대표가 됐다. 이 대표는 캠프 사무실, 지원 차량, 문자메시지 없는 ‘3무(無) 선거운동’으로 화제를 모았고 인스타를 선거운동에 적극 활용했다.

팔로어로서 1년 5개월간 이 대표의 인스타를 관찰한 결과 주요 키워드가 ‘굽신’ ‘간결’ ‘위트’로 요약됐다. 먼저 이 대표는 소위 “팔로어를 구걸한다”는 태도로 자신과 소통할 유권자들을 모집한다. 인스타 프로필엔 ‘상계동 주민은 언제나 팔로우 주세요. 맞팔 갑니다. 굽신굽신…’이라고 적혀 있다. 한 팔로어는 “선거 때만 고개를 숙이는 정치인들과 달리 이준석의 ‘굽신’은 진정성이 있어 보였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 대표의 인스타는 간결하고 위트가 있어 ‘가독성’이 높다. 얀센 백신접종을 예약한 캡처 사진을 올리고는 “백신접종 예약 완료”라고만 적었다. 당 대표 선거운동을 위해 대구 야구장을 방문한 날에는 “야구장에서 치욕 받고 동성로로 갑니다”라며 지하철 셀카 사진을 올렸다. 자신이 대구를 방문한 날 대구 연고의 삼성 라이온즈가 패배한 것을 표현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인스타 프로필을 통해 “본인이 직접 하는 계정이니 언제든지 DM으로 물어볼 거 물어보세요”라고 밝히고 있다. 보좌진이 아닌 본인이 직접 한다는 점, 인스타의 채팅 기능인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의 인스타 활용법은 인스타로 자신을 표현하고 웃고 소통하는 청년들의 그것과 똑같다”고 했다.

인스타를 이렇게 운영한 결과 이 대표의 팔로어는 6일 현재 6만1500명에 달한다. 유승민 전 의원(1만6400명),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2만3800명) 등 야권 대선주자들보다도 많다. 인스타에 익숙한 청년들이 이 대표의 인스타에 호응한 결과다.

기성 정치인들은 보통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내거나 다른 정치인을 비판할 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다. 여기서 자신의 행보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한다.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메시지를 인스타에 그대로 옮기는 정치인들도 많다. 청년 표심 공략을 고민 중인 여야 대선주자, 그리고 아직 인스타 계정을 만들지 않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게 이 대표의 인스타 활용법은 충분한 ‘롤 모델’이 될 것 같다.

유성열 정치부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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