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과천 4000채 취소, 덜컥 발표부터 한 공급대책의 뒤탈

동아일보 입력 2021-06-07 00:00수정 2021-06-0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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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에 아파트 4000채를 지으려던 계획이 전면 수정됐다. ‘과천시민광장사수 범시민대책위원회’는 과천시민회관 벽면에 유휴지 개발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과천=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정부과천청사 주변 땅에 아파트 4000채를 지으려던 정부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아파트 대신 공원이 들어서길 원하는 시민들이 여당 소속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를 추진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과천 내 다른 땅에 3000채, 과천 밖에서 1300채를 건설해 구멍 난 수도권 공급계획을 메우겠다지만 대체부지 확보 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 강남에 가까운 과천청사 주변 아파트 건설은 작년 ‘8·4공급대책’의 핵심이었다. 발표 때부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정부 소유의 땅으로 추진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주민과 지자체의 반발이 격화하고 여권의 정치적 부담이 커지자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논란은 다른 공공주도 주택공급 예정지역으로 번질 기세다. 그린벨트를 풀어 아파트 1만 채를 짓기로 한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역시 1만 채를 공급할 계획인 용산역 정비창, 3500채를 지으려는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등 총 3만여 채의 주택을 공급하려는 지역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기존 집값에 미치는 영향, 교통 혼잡 등이 주된 이유다. 과천 공급 계획을 수정하면서 국토교통부는 “다른 택지의 경우에도 계획을 변경하거나 대체할 땅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애초에 충분한 준비 없이 택지를 선정해 섣불리 발표했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급격히 오른 집값, 전셋값을 안정시키려면 도심에 많은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보유한 땅에 먼저 아파트를 짓는 것 역시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그렇다 해도 지역주민들에 대한 설득 과정을 건너뛰고 사업을 진행할 순 없다. 3년 넘게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며 현실을 외면하던 정부가 뒤늦게 공공주도 공급 확대로 돌아서면서 무리수를 쓰는 바람에 온갖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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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공급에 대한 정부 정책의 신뢰가 흔들리면 최근 다시 들썩이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은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들더라도 정부는 공공주도 주택 건설과 관련한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확대하는 한편 민간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과감히 풀어 공급이 늘어날 것이란 믿음을 시장에 확실히 심어줘야 한다.
#정부과천청사#아파트#4000채#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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