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대북특사 임명하면서 南에 ‘서둘지 말라’ 주문한 바이든

동아일보 입력 2021-05-24 00:00수정 2021-05-2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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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1일 공동성명에서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 남북,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필수적이라는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 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대북특사로 임명했다. 성 김 대사는 싱가포르 공동성명 작성에도 관여했던 북핵 전문가다. 문 대통령은 ‘깜짝 선물’이라며 고무된 듯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에 대화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라는 것이다.

싱가포르 합의 존중이나 대북특사 임명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핵 협상 재개가 최대 숙제 중 하나인 문재인 정부로선 나름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성명과 기자회견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곳곳에서 대북 접근법에 대한 두 정상의 시각차가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라고 했다. 이번 공동성명엔 한국 정부가 바랐던 ‘계승’이라는 표현 대신 ‘기초한’이란 절제된 표현이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핵무기에 관한 논의를 할 거라는 약속이 있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대화의 문은 열어놓겠지만, 김정은이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진정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만 만날 수 있다는 확고한 태도다.

특히 “대북접근법이 완전히 일치되도록 조율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공동성명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고 했지만, 인도적 지원이나 이산가족 상봉 차원을 넘는 북핵 관련 독자 행보엔 쐐기를 박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을 김정은에게 넘기면서 문 대통령에겐 서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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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 어떤 환상도 없다”고 했다.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문 대통령으로선 조급한 마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북한의 도발 리스크를 관리하며 차근차근 미국과의 ‘완전한 조율’을 지향해야 할 때다. 섣부른 중재자 역할이 먹힐 때가 아니다.
#바이든대통령#공동성명#새대북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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