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동욱]12년 이어온 “다시 도전”… 32세 선수 곽윤기의 집념

김동욱 스포츠부 차장 입력 2021-05-20 03:00수정 2021-05-20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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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스포츠부 차장
“다시 도전할 겁니다.”

어느 스포츠 선수나 흔히 하는 말이다. 하지만 도전의 기회는 본인의 노력과 의지만으로 주어지진 않는다. 계속 변하는 환경과 흐르는 시간이 발목을 붙잡는다. 다시 도전해 목표를 달성하는 선수도 있지만 그 반대가 훨씬 많은 세계가 스포츠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곽윤기(32)는 그 도전을 밥 먹듯 하는 흔치 않은 선수다. 한국 쇼트트랙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역대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48개)을 한국에 안겼다. 금메달도 24개로 대표적인 효자 종목인 양궁(23개)보다 많다. 그만큼 태극마크 달기는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될 만큼 어렵다.

키 164cm의 작은 체구인 곽윤기는 그런 치열한 세계에서 10년 넘게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그가 이름을 처음 알린 것은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때다. 남자 5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쉬울 법도 했지만 개의치 않는 듯 한껏 멋을 낸 헤어스타일로 시상식에 나타나 걸그룹 춤을 추며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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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 색깔이 아쉬웠는지 그는 올림픽에 재도전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큰 부상을 당했다. 출전은 불발됐고, 많은 사람들은 그의 은퇴를 예상했다. 이미 예전에 함께 뛰었던 동료 대부분이 빙판을 떠났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그는 다시 스케이트를 신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나섰다. 계주 주자였지만 최고참 대표 선수로 후배들을 다독이며 팀 분위기를 이끌었다. 후배들은 스스럼없이 ‘편한 선배’로 그를 대했다. 팀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좋아졌다. 대표팀은 금 3, 은 1, 동메달 2개의 성적을 거뒀다. 정작 그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마치 자신이 시상대에 오른 것처럼 후배들에게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올림픽 뒤 그는 방송과 유튜브 등에 자주 얼굴을 비쳤다. 연예인으로 전업하는 듯 보였던 그는 최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대표 선발전의 문을 두드렸다. 열 살 넘게 어린 후배들과 경쟁해 최종 4위로 대표팀에 선발됐다. 비록 예전 같은 폭발적인 스피드는 없었지만 안정적인 레이스 운영과 노련한 전략이 돋보였다.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도 그는 계주 주자로만 나선다. 첫 금메달의 부푼 꿈을 꾸고 있지만 주변 환경은 20대 초반이던 10년 전보다 더욱 나쁘다. 그 역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쇼트트랙 전략 적응이 힘들고 체력도 예전만 못하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함께 예전보다 더 철저하게 준비하려 한다.” 그는 계속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서 “매 경기가 은퇴 경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경기 때마다 온 힘을 쏟는다. 아직 내 꿈을 이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설명했다.

곽윤기는 한 번도 나가기 힘들다는 올림픽 무대를 세 차례나 밟게 됐다. 하지만 뜨거운 열정을 지닌 그가 내년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뒤 다시 한번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다시 올림픽에 도전할래요.”

김동욱 스포츠부 차장 creating@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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