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중현]디지털 위안화

박중현 논설위원 입력 2021-04-20 03:00수정 2021-04-20 09:51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비트코인, 도지코인 등 민간 가상화폐처럼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졌지만 중앙은행이 가치를 보증하는 디지털화폐를 ‘중앙은행 발행 가상화폐(CBDC)’라고 한다. 수시로 가격이 널뛰는 민간 가상화폐와 달리 CBDC는 가치 저장, 교환 수단으로 안정적이다. 민간 가상화폐의 인기를 거품으로 보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 전문가들마저 CBDC가 ‘화폐혁명’의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만든 건 국경을 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학 발전을 돕기 위한 것이다.” 중국의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 저우샤오촨(周小川) 전 행장은 18일 이렇게 강조했다.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 전 출범할 것으로 알려진 디지털 위안화가 중국 ‘국내용’일 뿐 미국 달러화 패권에 도전하기 위한 시도가 절대 아니라며 자세를 낮춘 것이다.

▷CBDC는 은행 계좌, 신용카드 없이 휴대전화 앱 등을 이용해 결제, 송금이 가능하고 기존 통화보다 발행 및 거래 비용도 현저히 낮다. 코로나19 같은 상황이라면 정부가 동시에 전 국민 ‘전자지갑’에 지원금을 쏴줄 수도 있다. 거래 기록이 모두 남기 때문에 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어 범죄 등으로 인한 ‘지하경제’도 차단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완벽한 화폐인 셈이다.

▷미국 유럽연합(EU) 한국 등 주요국 대부분이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지만 중국이 제일 앞서 있다. 작년 10월부터 주요 도시에서 시험을 시작해 올해 3월엔 청두에서 4000만 위안(약 68억6000만 원)어치를 나눠받은 20만 명이 1만여 개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성공적으로 사용했다. 2, 3년 안에 중국 화폐 유통의 30∼50%가 디지털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관련기사
▷최근 조 바이든 행정부는 디지털 위안화가 미국에 위협요인이 될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국제 은행 간 거래의 38.3%를 차지하는 달러에 비해 위안화 비중은 2.4%로 당장은 큰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미국 제재를 받는 이란, 북한 등과 중국이 거래할 때 디지털 위안화는 미국 주도 국제 금융결제망을 피해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이날 런민은행 현직 부행장이 “공식 출시 시간표는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 목표는 달러화나 다른 국제 통화를 대체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극구 해명한 것도 미국 측 분위기가 심상찮아서다.

▷2005년 마카오에 있는 방코델타아시아은행 북한 계좌를 미국 재무부가 동결했을 때 북한 지도부에선 “피가 마르는 심정”이란 말이 나왔다. 달러 중심의 금융결제망은 이런 식으로 미중 신(新)냉전에서 가장 강력한 ‘차가운 무기’가 될 수 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제조업에서 시작된 미중 간 ‘테크 전쟁’이 바야흐로 국제금융 영역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디지털 위안화#바이든 행정부#미국#중국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