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한상준]청와대는 어떤 지도를 들고 13개월의 등정에 나설 것인가

한상준 정치부 차장 입력 2021-04-07 03:00수정 2021-04-0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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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 정치부 차장
“돌이켜 보면 참으로 비정한 시간이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여권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07년에 대해 이같이 회상했다. 그는 “청와대를 향한 관심이 빠르게 식어간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상주하는 춘추관만 해도 부쩍 썰렁해진 게 느껴졌다”고 했다.

전조는 2006년부터 있었다. 2006년 5·31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참패한 뒤, 청와대는 급격히 힘을 잃었다. 여권 내부의 권력 투쟁에 불이 붙었고, 여의도의 관심은 급속도로 ‘미래 권력은 누구인가’로 옮겨갔다. 야당의 목소리는 자연히 더 커졌다.

2007년 10월, 당시 청와대는 야심 찬 카드를 내놓았다.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이다. 노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수를 나누는 사진이 10월 3일자 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당시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홍역을 앓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열린우리당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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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7대 국회에 입성해 4번의 정권을 지켜본 한 여당 중진 의원의 말이다. “만약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를 면했더라도, 2007년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 5년 단임제의 속성이다. 집권 마지막 해가 되면 청와대가 정치적인 영향력을 잃어가는 게 당연하다. 중요한 것은 그 상황에서 어떻게 마무리를 하느냐는 점이다.”

7일 치러지는 4·7 재·보궐선거가 끝나면, 이제는 ‘여의도의 시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내년 3월 차기 대선까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의 승패를 떠나, 여야 모두 차기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당장 여야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이 이길 경우, 또는 국민의힘이 이길 경우를 상정한 다양한 정국 시나리오를 주고받고 있다.

그렇다면 청와대는 무엇을 해야 하나.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2007년 3월 그 답을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취임하며 “임기 후반부를 하산(下山)에 비유하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 끝없이 위를 향해 오르다가 임기 마지막 날 마침내 멈춰 선 정상이 우리가 가야 할 코스”라고 했다. 이어 “마지막 날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하루도 헛되이 보내거나 만만하게 지나가는 허술함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1년의 청와대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청와대가 풀어야 할 과제를 꼽기에는 두 손이 모자란다. 2·4부동산대책의 후속 조치에도 착수해야 하고, 여전히 잡힐 줄 모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도 꺼야 한다. 미 조 바이든 행정부와 대북 정책 공조도 조율해야 하고, 여전히 ‘시계 제로’ 상태인 한일 관계 개선의 출구도 찾아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7일 밤 개봉될 투표함에 담길 민심에 귀를 기울여 남은 13개월의 등반 지도를 짜는 일이다. 그것이 끝까지 정상을 향하는 길이자,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는 길이다. 국정 운영의 나침반은 결국 민심뿐이다.

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



#청와대#지도#13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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