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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마음껏 부풀리고 과장하라[간호섭의 패션 談談]〈51〉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입력 2021-03-24 03:00업데이트 2021-03-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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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패션
마르퀴스 헤이라에르츠 ‘엘리자베스 1세 여왕’, 1592년.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르네상스’는 이탈리아를 기점으로 14∼16세기에 일어난 문화운동으로 학문이나 예술의 부활을 뜻합니다. 이탈리아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풍요로운 문화적 자산을 갖고 있었으며, 이슬람과 동방의 문화를 접하기 쉬운 지리적 위치에 있었기에 르네상스의 발상지이자 이를 서유럽에 전파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문예부흥운동이지만, 르네상스는 프랑스어로 다시(Re) 태어남(Naissance)을 뜻합니다. 이처럼 ‘르네상스’는 급속히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가면서 중세시대에 억압되었던 인간 고유의 창조성에 불을 지피게 됩니다.

예술가들은 인간(Human)의 표정과 인체를 가감 없이 표현하고 자연을 연구하여 그 모습을 자세히 묘사했습니다. 심지어 성당 내 벽화나 조각에서도 완벽한 이상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었죠. 대리석으로 조각되었지만 펄떡거리는 듯한 힘줄, 바람에 흩날리는 듯한 머리칼 그리고 살며시 다문 입술까지 신이 숨결만 불어넣는다면 당장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만 같습니다.

중세시대의 길쭉하고 납작한 의상들은 이러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남녀 모두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창조해 내기 위해 인체를 탐구하기 시작했죠.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이나 전사 그리고 여신과 요정의 모습을 재현하고자 했습니다. 요즘 패션쇼의 모델처럼 그들이 롤모델이었습니다. 남자는 떡 벌어진 어깨와 탄탄한 허벅지 그리고 여자는 풍만한 가슴과 가느다란 허리를 가져야 했습니다. 과거 중세시대에는 꿈도 못 꿀 법한 금기사항들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래서 남자들은 짧은 반바지 위에 지금으로 치면 남성 발레리노를 연상케 하는 타이츠 형태의 호스(Hose)를 입었습니다. 타이트한 호스도 민망할진대 이 시기에는 남성의 주요 부위를 코드피스(Codpiece)로 장식하여 성적인 매력을 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중 가장 압권은 남녀 공히 과장에 과장을 더했던 러프칼라(Ruff Collar)입니다. 예전 신들의 머리 뒤에서 빛을 발했던 후광(後光)이 이제는 인간에게도 허락되어져 커다란 마차바퀴의 모양에서부터 나비 모양, 하트 모양 등 다양하게 발전되었습니다. 나중에는 그 크기가 너무 커져서 스푼을 입에 넣을 수조차 없게 되었으나, 멋을 포기할 수는 없어 긴 스푼을 고안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예전에도 ‘멋’을 포기할 수는 없었나 봅니다. 이 중심에는 바로 인간이 있고, 르네상스 시대의 패션을 통해 인간은 인체의 아름다움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소 엉뚱하고 기괴할 수도 있는 르네상스 패션은 약 600년간 지배했던 중세의 신(神) 중심 사상을 탈피한 인간 개성의 표현이자 내 마음껏 부풀리고 과장할 수 있었던 자유와 창조성의 산물입니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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