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변창흠의 LH 땅 투기 ‘셀프조사’, 의혹만 키울 뿐

동아일보 입력 2021-03-06 00:00수정 2021-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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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국무총리실 직속 합동조사단을 꾸려 국토교통부, LH 직원 등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조사 주체와 범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면서 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믿음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그제 “국토부와 LH 전 직원에 대해 다음 주까지 조사를 끝내고 나머지 기관들도 최대한 신속히 거래내역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공개 개발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은 청와대 관계자, 여야 국회의원 및 보좌관, 기초의회 의원 등이 대상에서 빠진 데 대해 비판이 나왔다. 어제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비서관, 행정관 등 전 직원 및 가족의 3기 신도시 토지 거래 여부를 신속히 전수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국민들은 2003년 2기 신도시 지정 과정에서 경기 성남시 판교, 화성 신도시에 여당이던 새천년민주당, 야당인 한나라당 소속 유력 정치인 등 정관계 인사들이 수백∼수천 평씩 땅을 보유했다가 시세차익을 거둔 걸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3기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수 있다. 이번 의혹을 제기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는 정치인 등의 투기 제보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윤리감찰단에 국회의원과 보좌진, 지자체장과 그 가족들의 3기 신도시 토지 거래 조사를 지시했지만 국민들이 당의 자체 조사 결과를 그대로 믿어 줄지 의문이다.

게다가 정부 조사의 실무를 맡은 국토부의 변창흠 장관은 LH 직원들을 감싸는 듯한 발언으로 객관성 논란에 휩싸였다. 한 언론사 기자에게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걸로 알고 취득했는데 갑자기 지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라는 문자를 보냈다는 것이다. 땅 투기가 벌어질 때 LH 사장을 지냈고, LH 중심의 ‘공공주도 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어 ‘셀프 조사’를 하는 셈이란 지적을 받는 그가 조사 결과에 예단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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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금이라도 여야 정치권 등으로 대상을 넓히고 충분한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 조사의 공정성을 높여야 한다. 감사원 지원을 받아서라도 ‘셀프 조사’ 논란을 줄이고 필요하면 국정조사도 받아들여야 한다. 자칫 ‘25전 25패’ 부동산정책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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