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연정(聯政)[횡설수설/정용관]

정용관 논설위원 입력 2021-02-16 03:00수정 2021-02-16 14:3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서울시 공동 운영에 합의하는 방식으로 야권 단일화를 해야 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세가 갈수록 혼미해지자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이 ‘연립 지방정부’ ‘공동 지방정부’ 구상을 언급하고 나섰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 제3지대 후보와의 단일화가 지지층을 결속시키는 ‘윈윈 효과’를 내려면 승자독식이 아니라 승자와 패자가 서울시 지방권력을 분담하는 데 합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 국면에선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한 공동정부 구상이 종종 있긴 했다. 1997년 김대중-김종필의 ‘DJP연합’은 정권 창출을 이뤄냈다는 점에서는 성공 사례다. 물론 양측이 정치적 담판을 벌인 것일 뿐 법적으로 담보된 공동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중도에 깨지긴 했지만…. 2002년 대선 때는 공동정부를 염두에 두고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성사됐다가 선거일을 하루 앞두고 파국을 맞기도 했다. “공동정부라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정몽준)는 것이다.

▷광역시도 차원에선 2014년 당시 남경필 경기지사가 연정 실험에 나선 전례가 있다. 부지사 같은 자리만 준 게 아니라 인사 정책 예산 등의 권한을 민주당 측과 상당 부분 공유했다. 남 지사로선 당시 경기도의회 다수당이었던 민주당의 협조 없이 도정을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과 더불어 ‘연정 실험’을 자신의 정치 브랜드로 만들어보겠다는 계산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3년가량 이어진 경기도 연정 실험은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막을 내렸다.

▷‘범야권 연립 지방정부’를 처음 언급한 건 지난해 12월 안 후보였다. 국민의힘에 입당하진 않겠지만 ‘같이 간다’는 시그널을 명확히 하고, 자신을 범야권을 대표하는 후보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였다. 당선을 전제로, 3석의 소수 정당만으로는 민주당이 시의회와 구청을 장악한 서울시 운영은커녕 정무직 자리도 채우기 힘들다는 현실적 한계까지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누가 단일후보를 시켜 줬느냐”고 일갈한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관련기사
▷약 2개월이 흘러 국민의힘 오세훈 나경원 후보가 공동정부 구상에 긍정 반응을 보이고 나선 데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작용했을 것이다. 현 정권에 비판적인 중도 보수층의 ‘무조건 단일화’ 압박 여론을 감안할 때 공동정부 메시지를 명확히 발신하는 게 다음 달 4일 당내 경선은 물론 제3지대 후보와의 범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으로 보인다. 분명한 건 이번에 나온 공동정부 구상이 보선 이후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범야권 통합 플랫폼과 연결이 돼 있다는 점이다. 범야권의 연정 논의가 정치적 의미를 갖는 정치실험으로 이어질지, 각 후보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다 그대로 소멸할지 지켜볼 일이다.

정용관 논설위원 yongari@donga.com
#서울시#연정#오세훈#나경원#국민의힘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