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젠 대기업까지 불러 경협 채근한 이인영의 허상 속 남북관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4일 00시 00분


코멘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어제 삼성 SK LG 현대차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재계 인사들을 불러 연 간담회에서 “북한을 협력의 장으로 나오게 만드는 전략적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서로 역할 분담을 통해 남북 경협의 시간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도 참석해 “서울-평양 대표부를 비롯해 개성 신의주 나진선봉에 연락사무소와 무역대표부 설치도 소망해본다”고 했다.

이 장관의 요즘 언행을 보면 뜬금없는 정도를 넘어 기이한 수준이다.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우리 국민 피살사건은 아랑곳없이 어떻게든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며 ‘남북의 시간’을 역설하고 있다. 확보도 안 된 코로나19 백신을 두고 “부족할 때 나누는 게 더 진짜 나누는 것”이라고 하더니 급기야는 금강산·개성공단 경협 기업도 아닌 대기업 사장급 인사들을 불러 모아 경협을 종용하는 구시대적 기업 동원 행태마저 보인 것이다.

이 장관이 내세우는 논리도 지극히 편의적인 낙관론 일색이다. 그는 “미국 대선을 통해 새로운 정세 변화의 문이 열리고 있으니 이 기회의 공간을 남북의 시간으로 채우자”고 했다. 상식적 객관적 관측과는 반대로 그는 미국의 정권교체가 ‘기회의 공간’이라고 한다. 나아가 미국은 더 유연한 접근을 할 가능성이 있고 북한은 경제에 훨씬 집중할 것이라고도 했다. 결국엔 미국이 거들떠볼 겨를이 없을 때 한국이 나서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자는 얘기다.

하지만 북한은 당장 “국경 밖 넘보다가 자식 죽이겠나”라며 코로나 봉쇄의 빗장을 더욱 단단히 걸어 잠그고 있다. 설령 북한이 조금이라도 호응한다 해도 동맹과의 콤비 플레이를 강조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한국의 대북 과속을 어떻게 보겠는가. 바이든 시대를 맞아 기대했던 한미 동맹 강화의 기회를 그르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간 정부가 보여준 대북 저자세는 북한 도발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특히 통일부는 대북 심기관리 담당 부처니 그러려니 혀를 차고 말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이 장관 행보는 제멋대로 머릿속에 그린 허상을 위해 우리 기업인들까지 괴롭힐 태세다. 조바심과 과잉행동은 모두를 피곤하게 할 뿐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낙관론#북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