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칼럼]바이러스가 만든 격차, 통합을 고민할 시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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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일자리, 커지는 학업 격차
사회 곳곳서 ‘코로나 골짜기’ 깊어져
양극화는 사회 반목과 갈등의 원천
바이러스로 생긴 격차 줄여나가야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2020년은 결국 코로나19의 해로 역사에 남을 듯싶다. 삶이 모든 측면에서 힘들어졌다. 아예 금년은 없었던 것으로 간주하고 내년에 다시 2020년을 시작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우리 사회는 다행히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의 여러 국가는 2차 대유행에 휩쓸리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이미 감염자가 5000만 명에 육박하고 이로 인한 사망자도 120만 명이 넘었다.

코로나19는 미국 대통령 가족을 포함해 모든 계층의 인류를 차별 없이 괴롭히고 있지만 실제 피해는 어느 사회에서나 어려운 형편의 노약자와 빈곤층에 집중되고 있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었고, 사회적 약자는 더욱 소외되고 있다. 결국 계층 간 격차는 더욱 커졌다. 백신 등의 개발로 바이러스는 어느 날 정복되겠지만, 이로 인해 깊게 파인 사회 격차와 여기에서 유발될 갈등은 우리 미래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다.

비대면 접촉이 일상화되면서 골이 더욱 깊어진 것은 디지털 격차다. 코로나 이전에도 급속히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 수용 능력에 따른 디지털 격차는 큰 문제였지만, 이제 비대면 경제로 더욱 나아가면 컴맹인 사람들은 생필품조차도 구입하기 어려울 듯싶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여서 재택근무가 가능한 경쟁력 있는 대기업은 치명적 영향을 모면했지만, 디지털 전환이 어려운 전통 기업과 자영업자는 침체의 늪으로 빠졌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자영업자는 올해 이미 16만 명 이상 감소했다.

세계적인 불황으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임금이 동결되면서 사회 여러 분야에서 강자와 약자 간 차이는 더욱 커졌다. 통계청 등의 조사에 의하면 금년 들어 매월 70여만 개의 일자리가 코로나 충격으로 우리 사회에서 사라졌으며, 하위 20%의 2분기 근로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줄었다. 흔히 상위 10% 계층이 90%의 부를 지닌다고 이야기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빈부 격차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우리 정치 상황도 마찬가지다. 올해 4·15총선 결과를 코로나 덕이라고 이야기하는 승자는 없지만 코로나 탓이라는 패자는 많다. 강화된 입지를 발판으로 집권 여당의 독주가 그야말로 거침이 없어졌고, 그 결과 정치적 이념 차이로 인한 사회 양극화는 그 골짜기가 더욱 깊고 넓어졌다.

민주정치의 요체는 국민 선택으로 여당과 야당이 자리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러한 교체 경험을 두 번이나 갖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영원한 권력은 없다. 여당과 야당은 지난날 반대 입장에 있던 시절을 기억하며 상대방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격차가 심각한 또 다른 분야는 교육이다. 학교는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의 장이다. 인류가 창안한 교육 시스템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하드웨어다. 그런데 같은 또래의 학생들을 학교에 모으는 것으로 시작하는 전통적 교육은 코로나19로 졸지에 ‘불용’ 처리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아무 준비도 못 하고 맞이한 혁명적 변화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현격한 격차를 만들고 있다.

교실에서 학생들을 마주 보며 하던 교육과정을 그대로 영상으로 만들어 이를 가정에 전달하는 일은 교육의 아주 일부분이다. 인성교육은 말할 것도 없고 지식 전달만의 측면에서도 이런 원격강좌로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학습 의욕과 동기를 확실히 지닌 학생들은 어느 또래이건 대개 전체의 20% 정도다.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에게 원격수업은 지루한 시간 때우기에 지나지 않는다. 주변 친구를 통해 고취되는 학습 의욕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교사가 이를 직접 독려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비대면 원격교육은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므로, 이를 효율적으로 가꾸는 일은 교육계에 주어진 새로운 소명이다.

미 대륙 서부에 자리 잡고 있는 그랜드캐니언은 태곳적 지각운동이 남긴 엄청난 협곡인데, 워낙 깊고 넓은 골짜기의 양안에는 서식하는 동식물도 다르고 기후 차이도 뚜렷하다.

자연은 이러한 차이도 평화롭게 수용하고 있지만 인간사회에 만들어지는 골짜기는 반목과 갈등의 원천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여러 분야에서 심화되고 있는 격차를 줄여야 한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코로나19#코로나 골짜기#학업 격차#양극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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