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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2기 청와대가 실패한 세 가지 이유[문병기 기자의 청와대 풍향계]

입력 2020-08-18 03:00업데이트 2020-08-18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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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최재성 대통령정무수석(왼쪽) 등 신임 수석들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병기 기자
“소통이 아닌 대통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최재성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국민들의 의견도 가감 없이 행정부와 청와대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정만호 국민소통수석비서관)

13일 신임 수석들은 첫 공개 인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들은 임기 마지막까지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할 3기 청와대 참모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부동산 난맥상, 대통령 지지율 하락 등 위기 속에 출범하는 3기 청와대의 핵심 화두가 소통이 될 것이라는 게 신임 수석들의 메시지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셈이다.

2019년 1월 8일 노영민 비서실장과 정무·소통수석의 임명으로 시작된 청와대 2기는 20개월째를 맞았다. 청와대 안팎에선 2기 청와대의 가장 큰 문제로 ‘소통’, 그중에서도 내부 소통을 꼽는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1기 청와대와 2기 청와대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회의 분위기”라고 했다. 그는 “아침 현안점검회의만 해도 난상토론 방식으로 종종 1시간을 훌쩍 넘겼던 1기와는 달리 2기 들어선 토론은 물론이고 보고에 대한 피드백도 없이 끝나는 경우가 잦았다”고 했다. 다주택 참모의 주택 매각 지시는 내부 불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 일부 청와대 참모의 진단이다. 다주택자 주택 매매 권고가 지난해 12월 불쑥 발표됐을 때부터 내부에서 “팔아도 본전, 안 팔면 최악”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내부 토론 없이 밀어붙이면서 결국 ‘똘똘한 한 채’ ‘직보다 집’ 등 조롱 속에 일괄 사표와 선별 수리라는 촌극으로 끝났다는 것이다.

청와대 2기 실패의 두 번째 이유로는 참모들 간의 갈등이 꼽힌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1기 청와대 때는 대통령이 ‘어떻게 이렇게 수석들이 사이가 좋으냐’라고 했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했다. 실제로 2기 청와대 들어서는 갈등을 빚은 참모들의 일화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내부 회의에서 모 실장이 계속 발언을 이어가자 한 수석이 “그런 얘기를 왜 여기서 하느냐”며 면박을 줘 언쟁을 벌였다거나, 수석들끼리 공개 석상에서 상대 수석에게 불만을 표시하며 언쟁을 벌였다는 식이다. 여권 관계자는 “조직에서 어느 정도의 긴장관계는 필요하지만 실장이나 수석 등 고위 참모들이 공개 석상에서 얼굴을 붉힐 정도가 되면 그 부담은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세 번째 이유는 대통령을 향한 고언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문 대통령이 주재한 간담회에 참석한 한 원로 인사는 “참석자들이 고민 끝에 쓴소리를 해도 동석했던 참모들이 대통령만 쳐다볼 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 참모는 “공식 통로에 있는 고위 참모들이 대통령 발언에 귀만 쫑긋 세우는 상황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선 윤건영 전 국정상황실장 등이 여의도로 빠져나가면서 오랫동안 대통령을 보좌해온 참모들이 의견을 전달할 통로가 사라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부동산발(發) 지지율 위기 속에 출발하는 3기 청와대의 시작은 2기 때보다 어둡다. 현 정부 출범 후 최악의 지지율을 찍은 청와대와 여당에선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를 거론하며 “결국 다시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사퇴로 다시 지지율을 끌어올렸던 당시와 온 국민의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정책이 불러온 지금의 위기는 그 폭도 깊이도 전혀 다르다. 한 여권 핵심관계자는 “청와대도 여당도 다들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상태로는 누가 새로 청와대에 들어간다고 해도 돌파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새롭게 꾸려지는 3기 청와대가 새겨들어야 할 얘기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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