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독립유공자 후손[횡설수설/이진구]

이진구 논설위원 입력 2020-08-15 03:00수정 2020-08-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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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살다가 올해 세상을 떠난 고 이춘덕 여사는 생전에 독립운동 유적지와 후손들을 기록하기 위해 찾아온 김동우 사진작가 앞에서 30여 분을 펑펑 울었다. 김 작가가 “독립운동 때문에 왔다”고 하니 나라에서 온 줄 알고 수십 년간 잊혀진 채 살았던 설움이 터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여사의 아버지는 북로군정서 분대장으로 청산리 대첩에 참가한 이우석 애국지사다. 이 여사의 딸은 영정 사진으로 김 작가가 찍은 사진을 썼다.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를 찾아 그 뜻을 기리고 후손들을 돌보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찾거나 돌보기가 쉽지만은 않은데 해외에서 항일운동을 한 경우에는 더 그렇다. 생활고로 유품 등 자료가 남아 있지 않기도 하고, 세대가 지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무슨 일을 했는지 전혀 모르는 후손들도 많기 때문이다.

▷전남대 김재기 교수팀이 최근 멕시코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25명을 찾아냈다. 1905년 이민 간 후 북미지역 독립운동 단체인 대한인국민회 멕시코 지방회를 결성해 3·1운동과 광주학생항일운동 후원금 모금, 광복군 지원 등에 나선 분들이라고 한다. 김 교수팀은 코로나19로 현지에 가지 못해 당시 이민자 명단, 대한인국민회 기관지 기사 등의 사료를 페이스북을 통해 300여 명의 멕시코 한인 후손들과 공유하며 찾았다.

▷기막힌 일은 이 중 10명은 이미 독립유공자로 추서됐는데도 국가보훈처가 서훈을 전달하지 않아 후손들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독립유공자는 후손들이 직접 신청하거나 보훈처가 각종 사료를 통해 찾아내 추서하는데 후자가 90%에 달한다. 그런데 홈페이지에 명단만 올려놓고 알려주지 않아 추서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 해외에 있는 후손들은 한국말은 물론이고 한국 핏줄이란 걸 모르는 이도 많아 보훈처 홈페이지에 들어갈 일도 거의 없다. 독립유공자 유가족에게는 보상금 등 각종 혜택이 제공되지만 이들에게는 무용지물이다. 말 그대로 탁상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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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가 해외독립운동가 후손 찾기에 나선 것은 2016년 쿠바에서 겪은 일 때문이라고 한다. 쿠바에서 활동한 독립유공자 13명의 후손을 만났는데 그중 한 명만 서훈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나라가 안 하면 나라도 하자’는 마음에 이들 13명의 활동을 소개하고 쿠바·멕시코 지역의 미서훈자 발굴에 나서고 있다. 모두 사비로 하고 있다. 개인도 찾아가서 할 수 있는 일을 왜 나라가 못 하는가. 오늘은 제75주년 광복절이다. 그 빛을 있게 해준 분들에게 미안하고 죄송하고 부끄럽고 참담하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독립운동가#독립운동가 후손#제75주년 광복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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