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대 1’의 싸움에서 중국이 이긴다 한들[광화문에서/김기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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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요즘 중국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나라들과 다투고 있는 것일까.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갈등을 빚고 있는 국가가 최소 15개다. 그것도 ‘동시다발적’으로 싸우고 있다.

정치·경제 분야에서 상호 물리적 영향까지 주고받은 나라는 적어도 4개다. 총영사관 폐쇄라는 사상 초유의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과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싸우고 있다. 한때 밀월관계였던 영국과도 홍콩 문제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 문제로 공방을 벌였던 호주에 대해서는 ‘쇠고기 수입 금지’라는 묵직한 ‘한 방’을 날린 상태다. 캐나다와는 서로 상대방 국민이 간첩이라며 2명씩 체포했다.

해상과 육상에서 국경을 둘러싼 분쟁 국가는 11개다. 육상에서 4개, 해상에서 7개인데, 최근 2∼4개월 사이 중국이 문제를 삼은 나라만 셈한 수치다. 겉으로 갈등이 터지진 않았지만 수면 아래 웅크리고 있는 나라까지 합하면 훨씬 많아진다.

인도와의 국경 갈등은 인도군 20명이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미 국제적 이슈가 됐다. 인도와는 언제 전투가 발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중국은 6월 초 네팔 영토인 한 마을을 무단 점령했다. 70여 가구가 거주하는 ‘루이 마을’인데, 중국은 이곳이 원래 티베트 영토였다며 군인들을 동원해 점령했다. 이후 네팔이 세운 국경 표지석을 제거해 버렸다.

이달 초에는 부탄과도 영유권 분쟁을 일으켰다. 여의도 면적 70배 정도의 야생생물보호구역에 대해 원래 중국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내놓으라고 요구한 것이다. 미얀마와도 불편한 관계다. 2일 미얀마 정부에 따르면 중국 측은 접경 지역에 있는 미얀마 반군 세력과 테러단체에 무기를 지원하는 등 이 지역 분쟁을 조장하고 있다. 일부러 혼란을 가중시켜 이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 뒤 병합하려는 의도라고 미얀마 정부는 의심하고 있다.

해상에서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6개 나라와 모두 갈등을 벌이고 있다.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가운데 약 90%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한 뼘의 해상 영토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달 중순 남중국해에서 미사일 3000발을 쏘는 등 대규모 군사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대응해 인도네시아도 25일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맞대응 군사훈련을 벌였고, 대만은 군비 증강에 나섰다. 여기에 일본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도 심각하다. 중국 해경은 이곳에 의도적으로 100일 이상 순시선을 보내 영유권 분쟁을 자극하고 있다.

중국은 어제까지 다른 나라의 영토였던 마을을 점령해 자기들 땅으로 만들어 버리려 하고, 바다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다. ‘힘의 과시’다. 중국보다 더 큰 힘을 가진 미국이 오랫동안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한 배경에는 평화와 인권 등 ‘명분’이 있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이 이 싸움에서 이긴다 한들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을까. 중국 공산당의 가치가 아닌 세계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없다면 국제사회에서 ‘외톨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15 대 1로 싸워 이겼다는 ‘전설 아닌 전설’만 남긴 채.

김기용 베이징 특파원 kky@donga.com
#중국#분쟁 국가#글로벌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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