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 없고 ‘증세’만 금융투자소득 과세 논란[광화문에서/김재영]

김재영 산업1부 차장 입력 2020-07-10 03:00수정 2020-07-10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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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산업1부 차장
요즘 주변에 펀드 투자한다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졌다. 실적이 부진한 공모펀드는 처량하고, 사고가 끊이지 않는 사모펀드는 끔찍하다. 최근 펀드 투자자들의 한숨은 더 커졌다. 정부가 2년 뒤부터 주식형 펀드 수익 전액에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확정했다. 핵심은 2023년부터 소액주주도 2000만 원을 넘는 주식 양도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순이익에만 세금을 매기는 ‘손익통산’, 3년 범위 내에서의 ‘손실 이월공제’ 등 획기적인 방안을 내놨는데도 시장에서는 오히려 ‘꼼수 증세’라는 원성의 목소리가 더 크다. 부동산에 쏠린 시중 유동자금을 생산적 투자로 유입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자본시장 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안이 곳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국내 펀드 투자자들은 역차별을 호소한다. 주식 직접투자는 양도소득세 공제 한도가 2000만 원인 반면에 국내 주식형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는 공제 혜택이 전혀 없다. 해외·비상장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의 공제 한도가 250만 원인 것과 비교해도 불리한 조건이다. 게다가 세금은 주식 직접투자보다 한 해 빠른 2022년부터 내야 한다. 주식시장의 안정성을 위해 펀드를 통한 우량주 중심의 장기 투자를 장려해 온 방향과 배치된다. 이럴 거면 직접투자 하지 누가 펀드 투자를 하겠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패닉에 빠진 국내 증시를 떠받친 ‘동학개미’들도 불만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4월 초 “기업에 대한 애정과 주식시장에 대한 믿음으로 적극 참여해주신 투자자께 감사드린다”고 했는데 이제 세금 청구서를 들이민다. 물론 세금을 안 내겠다는 건 아니다. 그 대신 거래세를 없애 달라는 것이다. 거래세는 금융실명제 이전 소득 확인이 쉽지 않아 편의상 소득과세 측면에서 도입됐다. 이제 여건이 돼 양도세를 도입한다면 거래세는 폐지하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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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재부는 거래세 폐지에는 요지부동이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에 대한 과세도 못 하고, 고빈도 매매에 대해 대응 수단이 사라진다는 이유다. 하지만 7일 공청회에선 진짜 속내를 드러냈다. 농어촌특별세 전체 세수 중에 증권 거래에서 발생하는 것이 전체의 절반이어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왜 증권거래세 인하 계획이 0.15%에서 멈추는지 이제 이해가 간다. 현재 증권거래세율이 0.25%인데,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경우 0.1%가 순수 거래세, 0.15%는 농특세다. 2023년 거래세가 0.15%가 되면 순수한 거래세는 사라지고 농특세만 남는다. 그럼 거래세를 폐지하고 주식 양도세 일부를 농특세 재원으로 활용하는 건 어떠냐는 제안에 기재부는 “농특세는 안정적 세금 재원이 필요한데 주식 양도차익은 해마다 변동성이 있다”며 반대한다. ‘금융세제 선진화’의 목적은 결국 ‘안정적 세수 확보’였나.

홍 부총리는 “금융산업의 혁신을 뒷받침하고 생산적 금융으로 거듭나기 위한 금융세제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 말이 진짜 맞는지 자본시장 투자자들은 이달 나올 세제 개편안을 보고 판단할 것이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금융투자소득#펀드#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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