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병[횡설수설/이진영]

이진영 논설위원 입력 2020-06-27 03:00수정 2020-06-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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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경기 평택시 맥도날드 매장에서 해피밀 세트를 먹은 A 양(당시 4세). 2∼3시간 후 배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3일 후엔 설사에 피가 섞여 나왔다. 결국 신장이 90% 손상돼 지금도 하루 10시간씩 복막 투석을 한다. 국내에 햄버거병이 알려지게 된 계기다.

▷햄버거병의 공식 병명은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제대로 익히지 않은 쇠고기나 오염된 우유, 물, 채소를 먹고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된 후 드물게 적혈구가 비정상적으로 파괴돼 발생하는 합병증이다. 손상된 적혈구가 신장의 여과 시스템에 찌꺼기처럼 끼어 신장 기능을 망가뜨린다.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되면 대개는 일주일 정도 지나면 낫는다. 하지만 2∼7%는 HUS로 진행되며 HUS 환자의 절반은 신장 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다. 환자의 약 5%는 평생 투석에 의존해 살아야 한다. 1982년 미국에서 덜 익힌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수십 명이 감염되면서 햄버거병으로 불리게 됐다.

▷햄버거병 환자 대부분이 5세 이하 어린이다. A 양의 발병 소식이 알려지자 “우리 아이도 햄버거를 먹고 같은 증세를 보였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결국 2016년 2월∼2017년 5월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1∼4세 어린이 5명의 부모가 이듬해 한국맥도날드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고소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되진 않았다.


▷한동안 잊혀졌던 햄버거병 공포가 경기 안산시 A유치원에서 집단 식중독 사고가 터지고 햄버거병 의심 환자 15명이 나오면서 다시 확산되고 있다. 4명은 신장 투석 중이다. 부모들은 “아이를 유치원에 보냈을 뿐인데 혈변을 보고 투석을 한다” “어떤 음식을 먹였기에 아이 몸에 투석까지 하느냐”며 분노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단체 급식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하지만 감염원을 찾기는 쉽지 않다. 식품위생법에 따라 단체 급식을 하는 곳은 매회 1인분을 144시간(6일) 동안 영하 18도 이하로 보관해야 하는데 급식 메뉴 중 일부가 제대로 보관돼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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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출혈성 대장균은 열에 약하므로 제대로 익혀 먹으면 된다. 특히 햄버거 패티는 다지는 과정에서 고기에 균이 묻을 가능성이 크므로 패티가 덜 익는 ‘언더쿡’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무증상 상태에서도 보균자의 분변을 통해 전파가 가능하고,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전파력이 높다.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등원을 멈추고 유치원에 알려야 한다. A유치원의 경우 12일 첫 식중독 환자가 발생했다는데 19일에야 폐쇄됐다니 부실 대처가 피해를 키운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햄버거병#용혈성요독증후군#hus#안산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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