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발 금융허브 쟁탈전, 그저 바라만 보는 한국[광화문에서/김재영]

김재영 경제부 차장 입력 2020-06-25 03:00수정 2020-06-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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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경제부 차장
‘이제 부산이다(Time for Busan).’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으로 ‘금융허브’ 홍콩이 흔들리자 최근 부산이 팔을 걷고 나섰다. 홍콩을 떠나려는 금융기관과 인재를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타깃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온라인 투자설명회를 열고 사무실 무상임대, 세제 혜택 등도 집중 홍보할 계획이다. 부산뿐만 아니다. 일본도 관계 부처와 도쿄도가 머리를 맞대고 파격적인 우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싱가포르, 대만 등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시아 각국이, 부산까지도 나서는데 정부와 서울시는 조용하기만 하다. 중국과의 외교관계를 고려한 것일까, 아니면 남의 어려움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송양지인(宋襄之仁)’일까. 어차피 안 될 테니 포기하자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도 꿈이 있었다. 노무현 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로드맵’을 발표한 게 벌써 2003년 12월이다. 계획대로라면 2020년 올해는 ‘아시아 3대 금융허브’의 원년이 됐어야 했지만 여전히 닿을 수 없는 꿈이다. 올해 3월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내놓은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서 서울은 세계 33위에 그쳤다. 2007년 3월 첫 발표 당시 43위보단 올랐다고 위안해야 할까. 전교 등수 말고 반 등수는 오히려 떨어졌다. 13년 전 아시아태평양 도시 중 9위였는데 지금은 11위다. 나란히 세계 3∼7위에 오른 홍콩 싱가포르 상하이 도쿄 베이징 앞에서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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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계획만 세워 놓고 공부는 열심히 하지 않은 탓이다. 도시 하나만 제대로 키워도 벅찬데 서울, 부산에 이어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여당에선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옮기자 한다. 금융은 집적효과가 중요한데 전국에 흩어 놓자는 것이다. 금융규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해야 하는데 오히려 21대 국회는 개원하자마자 금융을 꽁꽁 묶는 법안들만 줄줄이 발의했다. 딱히 맛도 없는데 메뉴만 번잡하다. 파리 날리는 식당의 전형적 모습이다.

정부도 이제 슬슬 꿈을 접을 모양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심의한 ‘제5차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안(2020∼2022년)’은 해외 금융사의 한국 유치 대신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분명 ‘국내에 공장 많이 지어 제조업 메카로 만들자’던 계획이었는데 이젠 ‘해외에 공장 지어도 된다’고 바뀐 셈이다.

아직은 꿈을 포기하기 이르다. 지금부터라도 금융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명확한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 금융을 돈줄로만 보지 말고 법률 컨설팅 정보기술(IT) 등 파급효과가 큰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접근해야 한다. 세계적인 금융기업과 인재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경영·교육·세제 등의 파격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인천 영종도와 송도를 묶어 금융특구로 집중 육성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물론 지금 당장 홍콩을 넘보는 건 어렵다. 하지만 5년 뒤, 10년 뒤에 생각지 못한 또 다른 기회가 올 수 있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솔직한 심경으론 이번에도 안 될 것 같긴 하다.
 
김재영 경제부 차장 redfoot@donga.com

#홍콩 국가보안법#금융허브 쟁탈전#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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