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 탓’ 그만하라[오늘과 내일/정연욱]

정연욱 논설위원 입력 2020-06-23 03:00수정 2020-06-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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院구성 결렬, 남북관계악화 모두 ‘남 탓’
진정한 자기반성으로 정책기조 점검해야
정연욱 논설위원
21대 국회가 문을 연 지 보름 넘도록 원(院) 구성 협상이 표류하고 있다.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하면서 파행이 시작됐다. 2004년 이후 법사위원장은 대여 견제와 균형을 위해 야당 몫으로 둔다는 오랜 관행은 ‘적폐’로 내몰렸다. 4·15총선에서 여당에 176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몰아준 ‘국민의 명령’이 있었고, 야당이 그동안 법사위를 장악해 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아 왔던 구태를 바로잡는다는 명분으로 포장했다.

그러나 여당의 속내는 금세 드러났다. 친문 진영이 날을 세운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전방위 압박이 본격화된 것이다. 그동안 검찰총장의 2년 임기를 의식해 조심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이젠 “나 같으면 그만두겠다”며 대놓고 사퇴하라고 한다.

더욱이 정권 후반기 여당은 검찰과 긴장 관계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당은 검찰을 피감기관으로 둔 법사위를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원 구성 협상을 하면서 협치를 하라는 야당을 향해 “협치가 아니라 법치를 확립할 때”라고 외치던 여당이 법치를 흔드는 형국이다. 이 정도면 웬만한 국민들도 여당이 왜 그토록 법사위원장에 매달렸는지, 여당의 야당 탓이 빈말인 이유를 알게 됐을 것이다.


북한이 탈북자단체의 대북전단을 트집 잡으며 대남 총공세에 나섰고,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하자 여권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현 정부가 치적으로 삼고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흔들리자 정부 여당 인사들은 다시 외부에서 공격 포인트를 잡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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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핵심인 윤건영은 “선거에서 당선된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의 탄생도 북한 입장에선 큰 메시지였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껄끄러워하는 탈북자 출신인 미래통합당 태영호, 지성호 의원 당선이 북한을 자극했을 거라는 주장이다.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한미워킹그룹에 대해 “주권을 침탈한 일제 통감부를 상기시킨다”(김원웅 광복회장)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왔다. 모두 북한이 맹비난을 퍼붓는 대상들이다.

그러나 이런 공격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시동을 건 남북, 북-미 관계 개선은 비핵화라는 공감대 위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실제로 비핵화의 인식 차이는 해소되지 않은 채 갈등의 뇌관으로 변해 갔다.

2년 전 대북특사로 북한에 다녀온 정의용은 “북측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했고,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한도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는 북한이 완전히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표현”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은 지난해 1월 “북한이 주장하고 있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우리가 목표로 하는 북한의 비핵화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입장 차를 인정한 것이다. 이런 간극이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의 배경이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북한은 그동안 여러 차례 “조선반도 비핵화는 우리 공화국의 일방적인 핵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북한 비핵화 주장에 선을 그어 왔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막연한 낙관주의에 빠져 이런 혼선을 방치해 온 것은 아닌지 원점에서 점검해야 할 때다. 민감하다고 해서 문제의 핵심을 건너뛰고 변죽만 울려서야 사태 해법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집권 세력이 어려울 때마다 야당이나 상대방 탓을 하면 일시적으로 책임을 모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 탓만 해서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스스로 정책 기조에 대한 철저한 성찰 위에서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 세력의 무게감은 달라야 한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친문 구성#남북관계 악화#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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