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상을 바로잡는 힘[2030 세상/김지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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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한화생명 라이프플러스랩
김지영 한화생명 라이프플러스랩
왜, 가끔 그럴 때가 있지 않은가. 스스로가 뒤틀려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끝도 없는 바닥으로 침잠하고 있다고 느낄 때, 모든 것이 실패한 것 같고 손쓸 수 없거나 그럴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다고 여겨질 때. 증상이야 끝도 없이 열거할 수 있지만 최대한 객관적 용어를 빌려 정의하자면 무기력증, 더 나아가 가벼운 우울증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나는 다이어리 한쪽에 부적처럼 새겨 넣은 매뉴얼을 펼친다. ‘무기력을 극복하는 방법.’ 일종의 ‘비상조치 매뉴얼’인 셈이다. 대단한 것은 없지만 이 모든 증상을 단번에 털어버릴 수 있는 치트키인 ‘여행’의 처방이 불가한 요즘, 혹여 작은 도움이라도 될까 싶어 공유한다.

먼저 준비운동은 출근 전 갖는 ‘모닝 카페 타임’이다. 원래도 힘들고 의욕이 없을 때는 특히 더 힘들지만 평소보다 딱 한 시간만 일찍 일어나자. 그러고는 출근 전 잠시 근처 카페에 들르는 것이다. 집, 사무실로는 안 되고 반드시 ‘제3의 공간’이어야만 한다. 아침 카페 특유의 분주하면서도 차분한 분위기가 있다. 커피 향기, 주문을 주고받고 커피를 내리는 소리,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며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들. 차례로 감각을 깨운 뒤 마침내 따뜻한 커피까지 한 모금 하고 나면 다시 중심을 잡을 용기가 생겨난다.

뒤이어 핵심은 운동과 독서다. 역시 평소 습관이 되어 있지 않다면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시늉(?)만으로도 충분하다. 헬스장을 찾아 땀을 뻘뻘 흘리는 그런 운동 말고 단 10분이라도 짬을 내 이동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걷기가 아닌 목적으로서의 걷기, ‘산책’을 하는 것.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한 글자 한 글자 공부하듯 읽어 나가는 그런 독서 말고, 단 한 페이지만이라도 손으로는 종이의 질감을 느끼고 입으로는 문장의 리듬을 느끼는 것.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매일 조금씩이라도 걷고 읽는 것만으로도 일상은 그 정렬을 바로잡는다.

여유가 된다면 화룡점정으로 퇴근 후 요리를 추천한다. 귀갓길에 사서 들어가는 포장음식, 배달음식, 그도 아니면 가정대체식(Home Meal Replacement)으로 해결하던 ‘끼니’ 대신 재료를 썰고 만지며 스스로를 위한 한 끼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다. TV를 켜도, 휴대전화만 검색해도 각종 레시피가 넘쳐나는 요즘이니 크게 어려울 것은 없겠지만 영 자신이 없는 ‘요알못’이라면 걱정하지 마시라. 우리에게는 김치볶음밥이 있다. 산출물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작더라도 무언가를 만들어 성취하는 과정과 스스로를 대접하는 의식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거리 곳곳에 ‘코로나 심리 상담 지원’ 현수막이 눈에 띈다. 감염에 대한 공포와 ‘사회적 거리 두기’의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요즈음, 그 어느 때보다도 일상을 지키는 힘이 간절하다. 별것 아닌 줄 알았던 매일의 위대함을 날로 느끼는 시기이지만 그 오늘들을 바로잡는 힘은 의외로 사소한 것들로부터 비롯될 수 있다. 당신의 ‘일상을 바로잡는 힘’은 무엇인가. 그 이야기들도 자못 궁금하다.

김지영 한화생명 라이프플러스랩
#무기력증#모닝카페타임#운동#독서#코로나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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