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증유의 비상 경제”… 경제정책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세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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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열린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놓고 “지금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양상이 더욱 심각한 미증유의 비상경제시국”이라고 밝혔다. 전날에는 한국은행이 임시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내려 처음으로 기준금리가 0%대로 진입하게 됐다.

이번 위기는 금융시장의 붕괴로 촉발됐던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달리 소비·생산 등 실물 부문에서 1차적 타격을 입고 금융부문이 위축되는 복합위기 양상이다. 미국 유럽 등 전 세계경제가 혼돈에 휩싸여 있지만 글로벌 공급망 붕괴, 세계 교역 위축, 중국경제 급락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나라는 무역의존도 특히 중국 비중이 높은 한국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경제는 저성장 기조에 접어든 상태다. 여기에 새 정부 들어 친노조·반기업 정책으로 기업들은 활력을 잃고 자영업자들은 사경을 헤매고 있던 처지였다. 내부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기저질환’을 앓던 차에 코로나19라는 외부 충격이 덮친 격이다. 한은은 금리 인하를 단행하면서 코로나 사태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1%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1%에서 1.1%로 낮췄다.

비상시국인 만큼 취약계층 생계 지원과 함께 일시적 매출 급락에 따라 자금 경색에 봉착한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을 위한 긴급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응급처치용 돈 풀기가 대책의 전부여서는 안 된다. 미봉책만으로는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기업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세제를 손질하고 노동시장 개혁에도 착수해야 한다. 코로나 위기 이전에 짜여진 재정지출 구조를 위기 국면에 맞게 재조정할 필요도 있다. 정부가 간섭을 덜하고 기업의 자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과감한 규제개혁의 사례가 나와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에 대해 ‘위장된 축복’이라는 말이 있었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쳤지만 이를 통해 한국 경제와 기업의 체질이 이전과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코로나발 경제위기를 맞아 이를 제2의 ‘위장된 축복’으로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정부가 하기에 달렸다.
#코로나19#경기침체#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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