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에 ‘건강상 효과’ 표시 허용해야[기고/이개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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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도 꾸준히 성장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식품산업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식품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3.2%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6% 성장한 6조3520억 달러 규모였다. 반면 한국의 식품시장은 성장 폭이 둔화되는 추세다. 2013∼2016년 연간 3.6%의 증가세를 보였던 국내 식품 출하액은 지난해 2.3% 증가에 그쳤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식품시장 성장이 둔화된 원인은 뭘까. 소비자의 기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시장 환경이 주로 거론된다. 소비자는 식품 안전성뿐만 아니라 식품이 인체에 미치는 유익한 효과 등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아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식품 중 건강정보를 표시할 수 있는 것은 ‘건강기능식품’이 유일하다.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식품은 원료에 일정 부분 기능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고, 그중에서 과학적으로 증명된 기능성 정보가 상당수 있지만 규제로 인해 표시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된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식품의 기능성 표시를 ‘건강 강조 표시’로 정의하고 식품 또는 함유 성분과 건강 간의 관계를 표시, 제안, 암시하는 모든 표현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CODEX 지침을 따르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직접 구매를 통해 기능성 표시가 된 다양한 외국 일반식품을 구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도 제도를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과학적으로 기능성이 증명된 일반식품을 섭취했을 때 어떤 건강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를 표시, 광고할 수 있도록 추진해왔다. 그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와 산업계, 소비자와 의견을 교환해 올해 3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를 허용하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 현재 표시의 대상과 방법, 과학적 근거의 증명 방법 등 세부 사항을 민관합동 협의체에서 논의하고 있다. 올해 안에 확정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수천 년 농경 역사 속에서 유산균이 풍부한 김치, 유용한 미생물이 많은 된장 고추장, 인체의 질병을 예방·치료하는 약용작물 등 다양한 기능성을 가진 식품을 개발해왔다. 이제 우리 전통식품의 우수한 기능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된 것이다.

정부는 국내 농식품 자원에 대한 기능성 규명 연구를 체계적으로 수행해 더욱 많은 자원이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기능성 식품을 개발하는 중소기업에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것이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식품 선택을 돕기 위한 교육과 홍보도 병행할 예정이다. 이번 규제 개선이 우리 식품의 유용성을 널리 알려 식품산업 발전을 촉진하고,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식품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일거양득의 성과를 가져오기를 기대한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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