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회 좌담]日의 수출 규제, 사실 위주 보도… 정부 비판 아쉬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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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북미 회동, 文대통령의 ‘운전자론’ 한계 지적했어야
15일자 ‘인사이드’, 현장 목소리로 자사고 심각성 잘 일깨워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5일 일본의 수출 규제 등 최근 이슈와 관련된 언론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정성희 미디어연구소장, 류재천 조화순 위원, 김종빈 위원장, 신용묵 이준웅 부형권 위원.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5일 일본의 수출 규제 등 최근 이슈와 관련된 언론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정성희 미디어연구소장, 류재천 조화순 위원, 김종빈 위원장, 신용묵 이준웅 부형권 위원.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며 한일 정부 간 날 선 공방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 미국은 판문점 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15일 ‘일본의 수출 규제’와 ‘북-미 판문점 회동’을 주제로 토론했다.》

김종빈 위원장=7월 4일부터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제품 생산의 핵심인 3대 소재에 대해 수출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이에 앞서 6월 30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회동을 가졌습니다. 최근 현안을 다룬 보도를 여러 각도에서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조화순 위원=
일본의 수출 규제, 북-미 판문점 회동과 관련해 동아일보는 타지와 비교해 사실 위주의 보도를 많이 하며 독자들이 현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수출 규제를 하는 일본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기사가 좋았는데, 특히 무너진 한일 외교 채널을 심층 분석한 7월 8일자 A31면의 ‘인사이드 & 인사이트’와 7월 9일자 A4면의 ‘일 재무성-외무성 제친 경제산업성, 아베 전위부대로 한 정밀타격 독주’ 등은 이번 사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대응과 조치 등을) 비판적으로 보는 기사가 부족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정치적인 문제가 경제를 제압한 사안이므로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문제를 타파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동아일보의 논조가 드러났으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류재천 위원=
7월 2일자 A1면 기사의 제목인 ‘일 수출제한 한 강력대응…경제전쟁 포성’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A3면 기사에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기사에서 모 교수는 수출 규제로 일본이 더 힘들어질 것으로 말했습니다. 이것이 사실일까요. 일본이 경제 제재를 해도 ‘우리나라가 조금만 버티면 이겨 내겠구나’라는 순진한 생각을 갖게 만드는 보도는 잘못된 것 같습니다.

신용묵 위원=동아일보의 오피니언면 칼럼과 기사 내용이 거리감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칼럼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데는 배경이 있고, 6년 전부터 그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습니다. 우려가 현실로 표면화됐을 때 배경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이 국제적 표준에 어떤 면에서 부합하고, 부합하지 않는지 냉정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줘야 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수출 제한 조치를 위한 관련법이 일본에서 언제 만들어졌고, 왜 만들어졌는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을 때 승소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분석 기사가 필요했다고 봅니다.

이준웅 위원=
경제 보복과 관련해서 모든 국민이 흥분한, 엄중한 시기이므로 언론은 절대 한쪽 방향으로 쏠려서는 안 됩니다. 7월 6일자 A2면의 ‘일 자민당 대한 수출규제, 선거유세 때 강조하라 전략 내놔’는 일본 특파원이 일본의 정치적인 환경, 아베의 전략, 수출 규제를 엮어 설명했는데 다른 기사에서 제시하지 못했던 것이었습니다. 일본 지식인 3명을 인터뷰한 7월 8일자 A4면 기사도 일본 내 저류의 움직임을 다뤄줬습니다.

김 위원장=이번 사안에 대한 동아일보의 태도를 보면 첫째 정부 입장만 충실히 보도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7월 5일자 A1면 ‘청 일 수출규제, 국제법 명백히 위반한 보복’, 7월 9일자 A1면 ‘문 대통령 일 정치 목적 무역제한 철회해야’, 같은 날 A3면 ‘문 대통령 전례 없는 비상상황…민관 함께 대응체제 구축 검토’ 등이 그렇습니다. 정부 입장을 보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문제는 팩트 전달이 전부 대통령의 워딩 입니다. 두 번째는 사태의 원인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강제노동 배상 문제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하는데,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왜 일본의 자존심을 그토록 자극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습니다. 이런 설명이 잘 되지 않다 보니 국민 사이에서 ‘일본은 역시 나쁜 나라다’ ‘우리 경제를 침탈해서 우리를 경제 예속국으로 만들려고 한다’ 등의 얘기가 가능하고, 그렇기 때문에 ‘일본 물건을 사지 말아야 한다’는 감상적이고 보복적인 대응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이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외교적, 정치적 문제 입니다. WTO 제소, 민관 협력, 미국 중재 등 여러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모두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거국적으로 여당 야당 대통령이 모두 나서 해결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바로 동아일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아쉬웠습니다.

조 위원=일본과의 외교 문제에서 오는 정치적 재앙인데 동아일보가 접근한 방식은 일본의 움직임을 객관적으로 다뤄주되 우리 쪽에서 가진 문제점은 지적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아일보는 이 사태를 지나치게 객관화해서 보지 않았나, 또 그 객관성이 결국은 정부의 대응 문제를 지적하는 데 소홀하게 했던 게 아닌가 합니다.

류 위원=수출 규제 문제 못지않게 심각한 것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된다는 점입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안보상으로 일본의 우방국이 아니라고 하는 것인데 이런 의미를 자세히 보도해야 합니다. 과학자로서 말씀드리면 우리나라도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할 역량이 있습니다. 그런데 2012년 구미 불산 누출 사고로 가능성이 사라졌습니다. 사건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생산이나 개발 자체를 못 하게 하는 것은 국익을 위해서 안 된다는 점을 동아일보가 지적해줬으면 합니다.

신 위원=
기사의 양이 많은 것은 사안의 중대성을 독자들이 알게끔 해주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그러나 피상적인 내용이 적지 않아 본질을 지적하는 것에서 부족했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류 위원=판문점 회동 보도와 관련해 7월 1일자 A1면의 사진은 상징적으로 잘 선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표정과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의 만족스러운 표정이 잘 대비됐습니다.

이 위원=7월 1일 동아닷컴에 올려진 신석호 기자의 ‘우아한’은 판문점 회동의 준비 과정과 배경을 자세히 알 수 있게 해준 좋은 기사였는데 신문에는 실리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판문점 회동은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았던 만큼 예단을 갖고 쓸 순 없겠지만 북-미 회담이 어느 단계에 있고, 향후 어떤 전망을 할 수 있는 것인가 등에 대한 추가 보도나 해설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조 위원=
판문점 회동은 문 대통령의 운전자론이 무용화됐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 만큼 회동의 성과를 비판적으로 보면서 보도를 통해 정부나 미국에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강력히 보여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
판문점 회동에서 나타난 큰 문제는 우리와 미국의 비핵화 정의가 다르다는 것과 북한이 노골적으로 남한은 빠지라는 메시지를 줬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본 우리 국민들의 걱정과 회의를 정부에 전달해야 할 뿐만 아니라 미국과 북한에도 전달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입니다.

류 위원=6월 11일자 A1면의 ‘한국 쏙 빼고 미-EU와 수소동맹 만들려는 일’ 제목에서 쏙 뺐다는 어휘는 적절하지 않았습니다. 6월 28일자 A1면의 ‘중, 반도체 2만 인재 굴기 쫓기는 한, 1000명 허덕’ 제목도 반도체 산업이 사람 수가 아닌 국가 정책으로 성공할 수 있는 만큼 사람 수를 강조한 자극적인 제목은 피했으면 합니다.

신 위원=7월 12일자 A10면의 ‘콩나물 입석 2층 버스 고속도 쌩쌩’은 입석을 피하기 위해 도입한 2층 버스가 또다시 입석으로 운행하는 문제를 취재해서 보도했는데 독자들에게 살아있는 기사이며 마음에 닿는 기사였습니다.

김 위원장=7월 15일자 A27면의 ‘인사이드 & 인사이트’는 지정 취소 위기에 처한 자사고 정책을 현장에서 취재해 관계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지면에 옮겨 매우 현실감을 줬고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워 줬습니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독자위원회#판문점 북미회동#콩나물 입석버스#수소동맹#수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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