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영석]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 자본흐름 개선할 두 개의 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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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체험코스 중의 하나가 한의원 방문이라고 한다.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침으로 몸의 여기저기를 찌르고, 연기를 내며 타들어 가는 뜸을 몸 위에 올려놓는 경험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외과 수술과 약물 치료에 익숙해 있는 서양인들에게 한국의 침구술(鍼灸術)은 어쩌면 중세시대의 연금술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오랜 경험의 축적을 통해 형성된 한의학에 의하면 인체의 오장육부와 사지백해(四肢百骸)는 기혈(氣血)의 흐름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서 적절한 부위를 침이나 뜸으로 자극해 주면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한다.

국가경제도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다. 가계 정부 기업이 구성요소를 이루며, 자본의 흐름이 각각의 경제주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몸에 아픈 곳이 생겼을 때 우리는 수술이나 약물로 치료하거나, 한의학이 말하는 인체의 조절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특정 산업에 문제가 생겼을 때 구조조정을 통해 아픈 곳을 치료할 수 있다. 최근의 조선업이 대표적인 예다. 한편 침이나 뜸이라는 수단을 통해 경제의 기혈 운행을 원활하게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많은 기업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면서 구조조정이라는 외과 수술의 효과를 경험해 왔다. 그런데 고령화와 저성장이라는 고질병에 걸린 우리 경제에서는 피와 살이 튀는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기혈의 흐름을 개선해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경제에서 기혈의 흐름이란 자본의 흐름을 의미한다.

자본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침이나 뜸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단들이 여럿 있겠지만, 아마 그중에서 가장 쓸 만한 침은 자본 흐름에 부과되는 세금일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최근 발표된 자본시장 과세 선진화 방안은 매우 의미 있는 처방이다.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두 개의 침은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다. 먼저 정부는 증권거래세율을 0.3%에서 0.25%로 인하할 계획이다. 이는 자본 흐름의 개선을 위해 무려 23년간이나 잘못된 자리에 꽂혀 있던 침을 빼내는 작업이다. 잘못 놓인 침은 기혈의 흐름을 방해해 신체 장기의 기능을 저해한다. 그간 증권거래세는 시장의 거래 활동을 위축시켜 자본 흐름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또 다른 침은 양도소득세다. 양도소득세는 여러 개의 침으로 구성돼 있다. 길게 찔러야 하는 침, 얕게 찌르는 침, 중간쯤 찔러 넣는 침으로 나뉜다. 양도소득세가 여러 개의 침을 사용하는 이유는 여러 방식으로 자본 흐름에 영향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양도소득세상의 특례, 투자 자금의 위험 회피 성향을 완화하는 손익통산의 확대, 모험자본의 축적에 필요한 손실 이월공제 등은 자본 흐름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이다.

뽑아야 할 침은 뽑고 놓아야 할 침을 제대로 놓는다면 우리 경제의 자본 흐름은 좋아지게 될 것이다. 저성장 시대에 대응하는 체질 강화의 수단으로 정부가 자본시장 과세 선진화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박영석 자본시장연구원장
#증권거래세#양도소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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