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병도]이라크 재건, 한국을 필요로 한다

  • 동아일보

한병도 이라크 특임 외교특보
한병도 이라크 특임 외교특보
1월 말 대통령 특사로 방문한 이라크에서 이 나라의 밝은 미래와 한-이라크 우호협력관계의 확대 가능성을 확인했다. 과거 한-이라크 우호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했고, 이미 네 차례 바그다드를 다녀온 적도 있어 이번 방문은 더 큰 울림을 줬다.

공항에서 바그다드로 향하는 차 안에서 티그리스강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바그다드를 동서로 이등분하는 티그리스강은 오랜 세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풍요로움과 압바스 왕조 시기의 문화적 자긍심을 싣고 묵묵히 흘러왔다.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티그리스강은 2003년 이라크전쟁 이후 국내 정세 불안이 계속됐고 2014년 이후에는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폭력적 극단주의 세력의 부상 탓에 ‘슬픔의 눈물’로 넘실대기도 했다.

그러나 이라크는 2017년 12월 폭력적 극단주의 세력 격퇴를 선언하고, 2018년 10월 아딜 압둘마흐디 신임 총리와 함께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면서 안정된 일상으로 되돌아오기 위한 재건과 경제 발전 노력을 계속해 오고 있다. 실제 필자가 묵은 호텔에서 세계 각지로부터 온 많은 기업인들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이라크 협력관계를 한층 더 강화시킬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이라크는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3위 원유 수입국이자 건설 누적 수주액이 약 360억 달러(약 40조6800억 원)에 달하는 7위의 건설 및 인프라 협력국이다. 이라크 정부와 세계은행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이라크 재건에 882억 달러(약 99조6660억 원)가 소요되는 만큼 양국은 인프라·플랜트 건설, 에너지, 주택 건설 등 협력을 더욱 강화할 여지가 크다.

압둘마흐디 총리는 필자와 만남에서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이라크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압둘마흐디 총리는 특사단이 떠난 직후 우리 기업이 건설 중인 카르발라 정유공장을 깜짝 방문해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양국 간 실질 경제협력 강화와 함께 진정한 친구로서 이라크를 지원하고 격려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우리는 2014년부터 3900만 달러(약 440억7000만 원)의 인도적 지원을 통해 이라크의 재건 및 경제 사회 발전에 기여해 왔다. 특히 보건 분야에서의 지원은 이라크 국민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필자가 한-이라크 우호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당시 심장병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초청했던 이라크 어린이들을 6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한국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아 감사하며, 자신도 의사가 돼 환자들을 치료하겠다는 다짐을 들으며 우리가 이라크에서 그 누구보다도 든든한 우군을 얻었구나 생각했다.

6·25전쟁의 폐허에서 일어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야말로 이라크 재건과 경제 발전을 위한 최적의 동반자다. 우리 정부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대통령외교특보를 임명한 것은 거의 유례없는 일로 그만큼 이라크를 중요한 협력 대상국으로 생각한다는 증거다. 30년간의 우정을 토대로 이라크가 평화와 재건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도록 지원과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을 위해 양국 정부와 국민, 기업들이 흘리는 기쁨의 땀으로 ‘티그리스강의 기적’이 오게 될 날을 진심으로 고대한다.
 
한병도 이라크 특임 외교특보
#이라크 재건#한-이라크 우호협력관계#티그리스강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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