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능 교육부, 이젠 대입 개편도 자문기구에 공 떠넘기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12일 00시 00분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학입시와 관련해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어제 발표했다. 이 시안에는 쟁점 사안을 백화점식으로 열거 및 조합한 5가지 모형이 담겨 있다. 문자 그대로 지난해 12월 공식 출범한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에 보낼 ‘시안’으로, 교육부는 자체 방안도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김 부총리는 “국가교육회의에서 결정을 해 오면 교육부는 기본적으로 존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입정책 개편의 공을 국가교육회의와 공론화에 떠넘긴 것이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8월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를 골자로 한 개편을 추진하다 거센 반발에 부닥쳐 ‘1년 유예’를 결정했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기는커녕 경우의 수만 늘려 학생들과 부모들을 더 헷갈리게 만들었다. 도대체 주무부처로서 7개월여 동안 무얼 하다가 자문기구에 책임을 미루는지 알 수가 없다. 보수, 진보 막론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진 이유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부조직법상 국가 교육정책은 마땅히 교육부가 중심이 돼 수립, 추진해야 함에도 이송된 내용이 사실상 관련 의견을 정리, 나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절대평가 확대, 수시 정시 통합 등은 교육 주체마다 의견이 엇갈리는 문제다. 교육부가 중심을 잡고 정책 수립 단계부터 소통을 통한 합의를 이끌어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할 책무가 있는데 이를 회피한 것은 직무 유기다. 연초의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 논란에서 최근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정시 확대’ 파문 등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태다. 이번 시안에도 수능 강화와 무력화가 상충되는 모형부터 예전 학력고사와 비슷한 ‘원점수제’까지 포함됐다. 도무지 어떻게 하자는 건지 알 수 없다.

김 부총리는 이를 ‘열린 안’이라면서 “정부가 구체적 시안을 제시하고 찬반 의견을 듣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국민이 참여해 숙의·공론화할 수 있도록 하는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정책결정 방식”이라고 포장했다. 한때는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더니 이번엔 여론 입맛대로 따르겠다니 오락가락 행보가 도를 넘어섰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에,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에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 될까 우려된다. 무능과 무책임으로 교육정책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된 교육부, 그 존재 이유를 묻고 싶다.
#교육부#대학입시#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절대평가 확대#수시 정시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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