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교 안 어린이집’ 막으려 황당한 통계 들이댄 교육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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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학교 안 어린이집’ 확대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경기지역 초등학교 빈 교실을 158개로 발표했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9월 자체 조사해 10일 발표한 이 지역의 빈 교실은 1756개였다. 교육부 집계보다 11배 많다. 교육부는 지난해 조사에서 ‘월 1회 또는 연 9회 미만 사용하는 교실’을 빈 교실로 봤다. 이런 식이라면 주 1회, 한 시간 이하로 사용해도 빈 교실에서 제외된다. 교육부가 어린이집으로 내줄 빈 교실이 거의 없다더니 빈말이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빈 교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서울의 초등학교당 학생 수는 2013년 786명에서 지난해 710명으로 줄었다. 5년 만에 평균 3개 학급이 사라진 셈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빈 교실 활용이 달갑지 않은 일선 학교 분위기를 내세워 현황 파악에 소극적이다. 경기도교육청이 학교 관리자, 학부모, 교수 등으로 태스크포스를 꾸려 ‘다른 용도로 전환 가능한 교실’까지 포함해 빈 교실을 조사한 것과 비교된다. 교육부가 빈 교실 숫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은 학교 안 어린이집 문제를 풀 의지가 낮다는 뜻이다.

학교 안 어린이집은 ‘로또 당첨보다 어렵다’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릴 묘안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새로 지으려면 평균 16억8000만 원이, 땅값이 비싼 서울은 최고 80억 원이 든다. 빈 교실을 활용하면 4억∼5억 원이면 된다. 또 아이를 믿고 맡길 데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엄마, 아빠에게 학교만큼 좋은 환경을 갖춘 어린이집은 없다. 교문이 닫히고, 경비원이 지키는 학교에선 아이들이 안전하게 산책과 놀이를 즐길 수 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라고 뒷짐만 지고 있어선 안 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데는 전 부처가 나서야 한다. 학교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지역의 아이들이 자라서 초등학교에 온다. 학교는 이 아이들을 키우는 데 공동 책임이 있음을 인식하고 지역사회에 교문을 열어야 한다.
#학교 안 어린이집#교육부#김상곤 사회부총리#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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