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홍창의]무늬만 KTX인 ‘강릉 KTX’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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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의 가톨릭관동대 사회과학대 교수
홍창의 가톨릭관동대 사회과학대 교수
청량리∼강릉 KTX 시간표와 요금이 발표되었다. 당초 58분 만에 서울과 강원 강릉을 연결시키겠다는 약속과는 너무 동떨어진 결과다. 무려 1시간 40분이나 걸린다고 한다. 고속철이 아닌 저속철임에도 요금은 무려 2만6000원이라는 보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청량리∼강릉 소요 시간이 1시간 40분이라면 시속 120km 정도에 불과하다. 껍데기만 KTX일 뿐 무궁화호 빠르기인데 KTX 요금을 지불하라면 국민이 봉인가?

지금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원주역에 도착하려면 1시간 남짓 걸린다. 그 열차를 새로 건설한 원강선 철로를 계속 달리게 하여 강릉역까지 오게 해도 아마 1시간 50분 정도면 될 것이다. 그 경우 요금은 1만2000원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겨우 10분을 단축시키면서 열차 등급을 올려 1만4000원을 더 내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횡포다.

제2영동고속도로가 생기고 양양고속도로도 개통되어 서울∼강릉 시외버스는 2시간 20분이면 주파한다. 그럼에도 버스 요금은 불과 1만3700원 수준이다. 40분의 시간 단축에 해당하는 비용이 시외버스의 두 배라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열차의 강릉 도착 시각도 문제가 있다. 출근 시간대에 오전 8시 3분과 오전 9시 1분이 있을 뿐이다. 출·퇴근자는 타지 말라는 얘기인가? 강릉은 지역이 넓지 않아 15분 정도면 시내 어디든지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오전 8시 30분에서 45분 사이에 도착 시각을 맞추는 것이 정상인데, 관광열차용 시간표를 적용한 것이다. 본래의 KTX 속도를 내게 하여 2만6000원을 받든지, 속도를 못 낼 정도로 철로가 부실하게 건설되었다면 차라리 무궁화호 열차를 달리게 하여 1만2000원을 받든지 했으면 한다.

또한, 개통식 행사에 참석하는 귀빈 일정 때문에 22일 넘게 개통이 뒤로 미뤄진 것도 해명이 있어야 한다. 누구를 위한 KTX인가? 예정된 개통일에 대통령이 참석하기 어렵다면 국무총리가 오면 되고, 국무총리도 안 된다면 부총리가 오면 되고, 그도 안 된다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오면 될 것이다.

‘개통식에 누가 올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하루빨리 개통하여 국민의 이동 편의를 증진시키는 게 더 급한 일이 아닐까 싶다.

홍창의 가톨릭관동대 사회과학대 교수
#ktx#강릉 k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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