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보 조작 사과한 안철수, 무엇을 내려놓으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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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어제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 특혜채용과 관련한 당의 제보 조작에 대해 사과했다. 안 전 대표는 “제대로 된 검증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은 나의 한계이고 책임”이라며 “정치적 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대선 후보였던 내게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작된 제보 발표가 있었던 5월 5일) 뚜벅이 유세를 하고 있었고 나의 24시간이 거의 전부 생중계되고 있었다”며 자신의 개입 의혹은 부인했다.

법원은 어제 새벽 준용 씨 미국 유학 동료의 증언처럼 녹음을 조작한 이유미 당원과 연루된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김관영 의원은 “이 전 최고위원이 5월 1일 이유미 씨의 제보를 박지원 당시 당 대표 겸 상임선대본부장에게 바이버 문자로 보냈다”며 “이 전 최고위원이 문자를 보낸 후 한 차례 통화도 했다”고 밝혔다. 이유미 씨와 이 전 최고위원은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인물이었다. 안 전 대표와 박 전 대표를 포함해 제보를 보고받을 위치에 있었던 지도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어져야 한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의 조작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뒤흔드는 것이다. 2002년 대선 당시 김대업 병풍(兵風) 조작에 대해 김 씨만 처벌하고 그 배후에 대한 책임 규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배후를 규명해 처벌하고 넘어가야 또 다른 조작을 막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정당은 헌법에 의해 특별한 권리를 보장받고 국민의 세금 지원까지 받고 있다. 설혹 국민의당 지도부가 제보 조작에 개입하지 않고 일개 당원의 조작된 제보에 놀아났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허술한 시스템을 가진 정당이라면 또 어떤 불법의 도구가 될지 모른다. 국민의당은 해체를 각오하는 자세로 쇄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안 전 대표는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며 “정치인으로 살아온 지난 5년 동안의 시간을 뿌리까지 다시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국민의당은 호남 지역정당 성격과 중도 지지층 사이에 괴리가 있었으나 안철수라는 대선 후보를 중심으로 버텨온 측면이 있다. 대선 패배 이후 안 전 대표가 수면 아래로 사라지자 갈피를 못 잡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안 전 대표는 과연 무엇을 내려놓을지, 국민의당은 어떤 정당으로 거듭나야 하는지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안철수#문재인 아들 특혜채용 제보조작#이준서#이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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