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조 원대 조희팔 사기사건, 정관계 비호세력 파헤쳐라

동아일보 입력 2015-10-14 00:00수정 2015-10-1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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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사상 최대 규모의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사건’의 재수사에 착수한 데 이어 어제 강신명 경찰청장이 “조희팔이 사망했다고 확신할 과학적 물증은 없다”고 말했다. 3년 전 경찰청이 중국 공안에서 조희팔 사망 관련 자료를 넘겨받았다면서 “조희팔 사망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것을 뒤집는 발언이다. 조희팔 사건은 전국에 유사 수신업체를 차려 3만여 명에게서 4조 원을 가로챈 조 씨가 2008년 중국으로 밀항한 사건을 말한다. 피해자들은 그동안 경찰의 지지부진했던 수사와 ‘조희팔 사망’ 발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조 씨의 최측근인 강태용 씨가 중국 공안에 검거된 것을 계기로 검찰은 이번에야말로 사건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경찰이 조 씨의 장례식 동영상과 사망진단서만을 근거로 사망을 단정한 경위가 의심스럽다. 사망진단서에는 중국 공안의 확인 도장조차 없다. 당시 사망을 발표한 경찰청 지능수사대장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박관천 경정이다. 조 씨의 생존 행적에 대한 증언이 이어진 만큼 경찰 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 언론이 공개한 통화녹취록에는 조 씨가 중국에서 자신을 만나고 간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 A 씨에 대해 “××들 전부 다 돈만 뜯어가고, 일은 하지 않고…”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녹취록을 보면 검찰 고위 간부를 연결하는 로비 채널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검찰은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뇌물 2억4000만 원을 받은 김광준 전 서울고검 검사와 15억 원을 받은 검찰 수사관, 9억 원을 받은 권모 총경 등 3명을 비호세력으로 적발했다. 수사망을 피해 중국으로 도피하는 과정에서 조 씨가 정·관계 인사들의 도움을 받았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검찰은 청탁 로비를 맡았던 강태용 씨의 신병을 넘겨받는 대로 검은돈을 받은 비호세력의 실체를 규명해야 할 것이다.

대구 경북지방에는 이 사기 사건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자살한 피해자만도 10여 명에 이른다. 수천억 원이 넘는 조 씨의 은닉재산을 추적하는 데도 힘을 쏟아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 악질적인 다단계 사기 사건이 빈발하는 것은 느슨한 수사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조 씨 같은 사기꾼을 비호한 검경과 정·관계의 검은 커넥션을 샅샅이 적발해 엄벌해야 이런 사기 사건이 발을 못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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