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핵·안보마저 4·29 재·보선 불쏘시개로 쓰려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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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최근 하원에 낸 서면 증언에서 “북한이 미국 본토를 직접 타격할 수 있는 KN-08 배치를 위한 초기 수순을 밟고 있다”고 밝혔다. KN-08은 북한이 2012년 김일성 생일과 2013년 정전협정 기념 열병식 때 선보인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최대 사거리가 1만2000km나 된다. 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ICBM 개발 배치에 관해 공식 평가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그제 “누구도 우리의 핵 포기에 대해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런 북의 핵 도발을 놓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벌이고 있는 공방은 한심한 수준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4일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봐야 한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논란이 일자 김 대표 측은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인 사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북의 핵 개발 실태를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게 되면 북한에 대한 제재 수단이 약화되는 문제가 있어 한미 당국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여당 대표로서 국제적으로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을 쓴 것은 신중치 못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이적 행위”로 규정하며 “사드 도입을 공론화하고 이번 4·29 재·보선을 종북몰이로 치르려는 것”이라고 몰아간 것도 지나쳤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북한은 핵을 만들 의지도 능력도 없다”거나 “북한이 핵을 가지려는 것은 일리가 있다”면서 북한을 감싸는 변호인처럼 행동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문 대표도 북의 핵개발이라는 ‘달’은 못 본 척하며 이를 지적하는 손가락만 탓할 것인가.

문 대표는 어제 취임 50일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당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하려면 마늘과 쑥만 먹는 것과 같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안보 행보는 우리가 수권 정당이 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문 대표는 먼저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생각이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 달라졌다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북의 핵·미사일 도발을 분쇄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해나갈 것인지를 밝혔어야 한다.

정치권의 수준 낮은 공방은 여야가 북핵 문제마저도 재·보선을 위한 불쏘시개용으로 쓰는 정략적 행태를 드러낸다. 안보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기회 있을 때마다 남남(南南)갈등을 일으키려는 북한에 먹잇감만 던져줄 뿐이다.
#제임스 클래퍼#KN-08#ICBM#김무성#북한#핵보유국#문재인#이적 행위#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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